'텐베거'제이엘케이, '퇴사율 70%'란 민낯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08 10:59

JLK, 바이오 기대감에 연초 대비 주가 11배 가량 상승



1년 내 10명 중 7명 퇴사… 전문가 "기술 축적 우려↑"



퇴사율 업계 평균 2배… 논란된 강민경 쇼핑몰보다 20%p↑


#중년 투자자 양 모씨는 창사 이래 흑자를 한 번도 못 낸 AI회사에 투자했다. 매출이 5분의 1토막이 나든 만년 적자 여부는 상관없다. 미래 가능성에 배팅하는 게 주식 아니던가. 야수의 심장을 가진 그는 연초 주식을 샀고 지금 그 주식은 11배나 상승했다. 이 주식은 급등기를 거쳐 단기 박스권에 들어섰고, 이제 그는 매도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 그가 매도를 고민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이 회사가 매년 10명 중 7명이 퇴사한다는 점이다. 다른 회사랑 비교도 되지 않게 많은 수치다. 그래도 ‘핵심 인력들이 있으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으나 허리라인은 연구인력 10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유망산업이 최초로 주목받는 시기는 통상적으로 실적이 중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텐베거가 이뤄진 이후에는 보통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기에 그는 어느 때보다 신중해졌다.

2023090801000470500022511

▲ci




[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제이엘케이의 퇴사율이 동종업계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과 비교할 때 30%p 이상 차이가 나는 수치다. 기술 축적을 위해선 연구인력의 장기근속이 중요하기에 무시할 수 없는 기록이다. 최근 급등한 주가를 언젠가는 실적으로 입증해야하는 제이엘케이이기에 높은 퇴사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퇴사율

7일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제이엘케이의 연간 퇴사자는 65명으로 퇴사율이 72.2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당해 100명이 입사하면 70명 이상이 퇴사하는 셈이다. 퇴사율의 높고 낮음의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다만, 최근 높은 퇴사율로 논란이 되었던 여성그룹 다비치의 멤버 강민경이 운영하는 의류 쇼핑몰 ‘아비에무아’의 퇴사율이 52%였다. 제이엘케이의 퇴사율은 이보다 20%p 높은 것이다.

아울러 경쟁그룹과 비교할 때도 퇴사율이 상당하다. 제이엘케이는 유안타증권의 AI헬스케어 섹터 기준 모든 기업 중 퇴사율이 가장 높다. 7개 기업의 평균 퇴사율이 39.89%인데 제이엘케이는 평균보다 30%p 이상 높은 것이다.

주가

▲출처/네이버


제이엘케이는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지만 주가가 급등해 연초 대비 11배나 뛰었다. 연초 3285원이었던 주가가 7일 3만5100원으로 거래를 마쳤으니 10.7배가 뛴 것이다. 소위 말하는 ‘텐 베거’주식이 됐다. 바이오 섹터 중에서도 인기가 좋은 뇌과학과 항암 관련 사업목적을 가지고 있는 데다 올해 핫한 AI 테마에도 편승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제 제이엘케이가 주주들의 기대를 충족해야할 차례다. 제이엘케이는 뇌졸증 솔루션 세계 최다 보유 기업이다. 이 장점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적자원이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높은 퇴사율은 사업의 안정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년에 절반 이상이 퇴사하기에 프로젝트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인수인계로 인한 시간낭비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코딩 업계 종사자는 "2018년 정도 다녔던 회사가 퇴사율이 상당히 높았다"면서 "그러다 보니 만들다 중단된 코드들이 한가득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추후 사람들을 통해 당시 프로젝트가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니 여전히 코드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고 결국 프로젝트는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감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I 업계의 경우 더욱 고도의 능력과 경험이 요구된다. 투자유치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의 경우 기술을 습득해서 산업화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고급 엔지니어들조차도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특히 특정 분야의 사업화가 필요한 경우는 2년 이상의 사업화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퇴직률이 70% 이상이라면 사실상 대부분의 직원이 나가는 것이기에 기술 축적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투자업계에서도 인력 구성은 주요 점검 사항이다. 스타트업 기업들이 투자 유치를 할 때나, 테크 기업을 매각하기 위해 투자제안서(IM)이나 매각제안서(TM)을 만들 때 핵심인력의 유출 가능성을 꼭 언급한다. 현재 기술을 바탕으로 상업화에 성공해야 하는데, 이는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제이엘케이 측은 높은 퇴사율에 대해 구조조정 차원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제이엘케이 관계자는 "최근 뇌졸증 솔루션으로 집중하기로 결정하면서 비대면 진료 등 주변 사업을 정리하면서 약간의 구조조정이 있었다"면서 "뇌졸증 관련해서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의 설명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70%의 퇴사율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제이엘케이의 핵심은 R&D 연구소이다. 제이엘케이 인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21년 말 이후 R&D 연구소의 담당 조직은 지금까지 총 23개였고, 이중 병리 인허가 제품화 등 총 10개 파트가 주로 운영됐고 13개 파트는 운영되다가 사라지곤 했다. DART 기준 원격의료관련 조직은 원격의료 TF하나였다. 게다가 이는 1년 전에 조직되었고 지난해 3분기에는 운영되지 않았다.

2023090801000470500022514

또한 대리~부장급 소위 ‘허리’부재 현상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2021년 말 전체의 43%였던 허리라인은 지난해 3분기 12.5%로 줄었고, 올 상반기 말 역시 12.5%에 불과하다. 쉽게 주임~수석 연구원 1명 당 6명 이상의 직원을 맡는 셈이다. 이는 AI와 같은 고급 엔지니어가 중요한 시장에서는 치명적일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AI 기술은 코드란 무형의 자산으로 표시되기에 유형자산과 달리 완성되기 전까지 시각적이지 않다. 인력 구성원들의 현황과 같은 중간 과정은 결과만 좋다면 유아 무아 사라지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인적 구성원들의 현황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VC 업계 관계자는 "개발 업종과 같은 무형자산을 베이스로 하는 산업은 핵심 인력, 퇴사율 등 사람과 관계된 지표가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밖에서 보기에는 성사 여부를 가늠할 만한 지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운용2
박기범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