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갔던’ TBH글로벌, ‘잘 나가는’ 에이비엘바이오에 사옥 뺏길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11 15:29

에이비엘바이오, TBH글로벌 본사 건물 사들여 사옥으로 활용 예정



‘방뺄 처지’ TBH글로벌, 중국에만 매장 1000개 넘던 기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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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한때 전국에 매장을 입점시키고 중국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코스피 시장의 기린아로 불리던 TBH글로벌(옛 더베이직하우스)이 사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주목받는 바이오업체 에이비엘바이오가 TBH글로벌의 본사 건물을 매입하고 사옥으로 쓰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에이비엘바이오, 강남에 사옥 마련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닥 상장사 에이비엘바이오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봉은사로에 위치한 토지와 건물을 양수한다고 공시했다.

이 건물은 NH농협이 메테우스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1호를 통해 신탁관리하던 물건이다.

양수 금액은 650억원이며 이는 에이비엘바이오의 자산 대비 35.10% 수준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해당 건물을 사들이는 이유가 분산된 연구개발 및 사무 공간을 통합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추가로 임차료 절감과 자산 증대, 홍보 효과로 인지도 향상 등을 이유로 밝히고 있다. 쉽게 말해 새로운 사옥으로 쓰겠다는 얘기다.


◇해당 건물, 현재 TBH글로벌 본사…이전 불가피


이번 거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건물에 다른 상장사의 본사가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바로 코스피 상장사 TBH글로벌이다. TBH글로벌은 원래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던 향토기업이었다. 창업주인 우한곤 전 회장이 지난 1964년 국제시장에서 ‘일흥상회’라는 메리야스 가게를 연 것이 시작이었다.

TBH글로벌은 해당 건물을 지난 2006년 180억원을 들여 직접 지어 올려 서울 사옥으로 썼다. 당시 TBH글로벌은 실적 호조로 매출과 이익이 크게 증가하고 그로 인해 자산 규모도 커지던 시기다. 연 매출이 500억원을 넘고 자산규모는 370억원이 넘었다.

서울 사옥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 뒤 TBH글로벌의 사업은 전성기를 맞는다. 국내법인 매출과 중국법인 매출(2004년 진출)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2010년 매출은 1700억원 수준에 영업이익은 750억원이 넘었다. 한해 광고선전비로만 80억원이 넘는 돈을 쓸 정도로 풍요롭던 시기다. 시가총액은 6000억원이 넘어섰다.

이후 지난 2014년 서울 사옥으로 쓰던 해당 건물로 본사를 옮긴다. 2년 뒤 2016년에는 사명을 더베이직하우스에서 TBH글로벌로 바꾼다.


◇TBH글로벌, 한때 중국에만 매장 1000개 넘게 열어


하지만 이 시기 실적은 이미 한풀 꺾인 상태였다. 국내법인은 적자를 기록하던 상황에서 매출 의존도가 절대적이던 중국법인의 매출도 하락세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후 회사의 가장 큰 시련이 닥친다. 홍콩시장 진출이 실패로 끝난 것이다.

지난 2015년 골드만삭스와 어퍼니티는 TBH글로벌의 홍콩 법인 TBH홍콩이 2018년 4월 이내에 기업공개(IPO)하는 조건으로 투자를 집행했다. 이때 상장에 실패할 경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후 TBH홍콩이 결국 IPO에 실패하자 이들은 풋옵션 행사를 통지했다. TBH홍콩이 이들의 주식 28.33%를 약 1600억원에 매수해야 했다.

결국 TBH글로벌은 결국 서울 사옥을 412억원에 NH농협은행에 넘기고 보증금 18억원에 월임대료 1억8000만의 세입자 신세가 된다.

홍콩 투자 실패는 TBH글로벌의 재무제표에 수백억원 수준의 중단영업손실과 공동기업손실을 남겼다. 결국 주가도 고꾸라지면서 현재는 1주당 2000원대, 시가총액은 460억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고점 대비 1/10토막이 난 셈이다.

최근에는 매출 하락과 영업이익 감소를 겪는 중에 보유 부동산 매각으로 당기순이익을 가까스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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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베이직하우스 매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홍콩 시장 실패로…결국 사옥 팔고 세입자 신세


흥망성쇠를 겪고 있는 TBH글로벌의 남긴 건물의 새 주인이 되는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제 뜨고 있는 기업이다.

실적은 오름세인데 사옥이 없는 것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현재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 있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 2층을 임대해 본사로 사용 중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영업이익 9억원에 당기순이익 3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해 주목을 받았다. 적자가 대부분인 바이오 업체들 중 흑자를 기록한 곳은 많지 않다.

특히 에이비엘바이오의 흑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사노피(Sanofi)와의 ‘ABL301’ 공동 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수령 중이다. 이 밖에도 콤패스 테라퓨틱스(Compass Therapeutics)에 ‘ABL001’ 을 기술이전하며 마일스톤을 받고 있으며, 시스톤 파마수티컬스(CStone Pharmaceuticals)에도 ‘ABL202’ 관련 마일스톤을 받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사들인 건물을 사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보니 현재 입주 중인 TBH글로벌은 본사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때 잘나가던 코스피 상장사가 새롭게 떠오르는 코스닥 기업에 사옥을 내어주는 모양새"라며 "상장사들의 흥망성쇠를 잘 보여주는 이슈"라고 평가했다.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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