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배 알체라 이사, 이사회에서 유상증자에 반대
회사 순차입금 마이너스, 주주에 손 벌릴 이유 적어
CB상환에 40% 쓰는데 대주주 참여율은 10% 예상
한양증권 실권수수료 15%… 오버행 리스크도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알체라가 전 대표이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이번 유증에는 회사 내 충분한 현금이 있음에도 주주들의 자금으로 전환사채(CB)를 미리 갚는 계획도 포함됐다. 아울러 네이버를 포함한 최대주주들이 유증에 거의 참여하지 않는 사실이 알려지며 소액주주와의 이해 상충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11일 네이버 계열사인 코스닥 기업 알체라는 630만주를 9050원(잠정)에 발행해 총 570억1500만원을 회사로 유입시키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주관사는 한양증권이고 인수수료는 모집총액의 1.3%, 실권수수료는 15%, 구주주 청약일은 11월 8~9일이다. 신주 배정비율은 구주 1주당 0.29258514주이다. 조달한 자금을 알체라는 △시설자금으로 145억원 △운영자금으로 223.2억원 △채무상환 목적으로 192.95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 ‘현금부자’ 빚 갚으려 유증
이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2회차 CB의 상환이다. 알체라는 현재도 현금부자인 기업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알체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52억원이다. 하지만 보유 현금을 상환 자금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차입금을 갚고도 남을 만큼의 현금이 있음에도 차입금을 사내 유보된 자금으로 갚지 않고 소액주주들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셈이다.
차입금 이외의 다른 자금 사용 계획도 주주들을 설득할 명분이 떨어진다. 알체라는 차입금 상환 이외에 40%를 AI 학습 데이터 및 솔루션 부문의 인력 확충을 위한 인건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그런데 운영자금은 회사의 성장보다는 유지와 관련 있는 자금이다. 알체라는 운영보다 성장에 방점을 맞춰야 하는 회사다. 알체라는 2019년 기업공개(IPO) 당시 밝혔던 예상 매출액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 네이버 등 대주주 참여는 저조
그렇다고 대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아니다. 한양증권에 따르면 대주주들은 해당하는 몫에 10% 정도 참여하면 많이 참여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의 유상증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최대주주들의 참여율은 저조하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무상증자를 통해 소액주주 달래기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마저도 빠져있다.
명분도 없고 소액주주들에게 메리트도 없는 이번 유상증자는 내부적으로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만장일치로 통과했던 지난해와는 다른 결과이다. 김정배 전 대표이사이자 사내이사가 유상증자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9.16%의 지분을 갖고 있는 대주주이기도 하다.
▲출처/금감원 전자공시 |
◇ 실권주 발생땐 주관사엔 15% 할인
마지막 한 가지 리스크가 더 있다. 실권수수료이다. 알체라의 실권수수료는 15%로 이달 유상증자를 단행한 기업들 중 가장 높은 편이다. 즉, 유상증자로 100% 청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양증권이 기존 주주들보다 15% 싸게 산다는 의미인데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유상증자 참여와 함께 오버행 리스크를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투자은행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은 구조적으로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한다"면서 "거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대주주의 경영권프리미엄 이외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이해 상충 상황은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너지경제는 알체라 측에 유상증자와 관련된 질문을 하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