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한화 손잡자 한미 반발…독점에서 경쟁으로 ‘진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4.17 13:38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독점 공급에서 벗어나
한화세미텍과 420억원 규모 신규 계약 체결
한미반도체, CS 인력 철수·장비가격 인상 맞대응
시장 급성장 속 업체들 고객·공급망 다변화 가속

한미반도체 ci

▲한미반도체 CI

인공지능(AI) 시대 개막과 함께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HBM 생산의 핵심 장비인 TC 본더(열압착 본더)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HBM 시장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가 공급망을 다변화하자, 8년간 파트너십을 이어온 한미반도체의 반발이 불만이 관측되는 중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시장의 성장에 따른 공급과 고객의 다변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을 내놓고있다.



SK하이닉스, 공급망 다변화 시동…한화세미텍과 420억 계약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017년부터 한미반도체와 HBM용 TC 본더를 공동 개발하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기간 동안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TC 본더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매출 5589억원, 영업이익률 45.6%)을 기록하는 등 HBM 특수를 누렸다.




SK하이닉스 역시 한미반도체의 장비를 기반으로 HBM 시장 1위(2024년 점유율 65% 추정) 자리를 공고히 했다.


이러한 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 3월, SK하이닉스가 한화그룹의 한화세미텍(구 한화정밀기계)과 총 420억원 규모의 TC 본더 공급 계약을 두 차례에 걸쳐 체결하면서부터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특정 공급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고, 차세대 HBM 생산에 필요한 hMR(Heated Mass Reflow) 공정 대응 등 기술적 요구사항 충족, 그리고 가격 협상력 강화 등을 위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핵심 장비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은 일반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SK하이닉스의 선택은 시장의 성장을 상징하는 이슈였다.


SK하이닉스 CI

▲SK하이닉스 CI

한미반도체, CS 인력 철수·가격 인상 통보

하지만 한미반도체의 입장은 달랐다. SK하이닉스의 결정 이후, 한미반도체의 이례적인 조치들이 이어지는 중이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에 상주하며 자사 TC 본더 장비(약 100여 대 추정) 유지보수를 지원하던 고객 서비스(CS) 엔지니어 수십 명을 본사로 복귀시킨 것으로 알려됐다.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 고객사 생산 라인의 CS 인력 철수는 매우 드문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동시에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TC 본더 장비 가격을 기존 대비 25~28%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에 TC 본더 가격을 인상한 첫 사례로 알려졌다.


가격 인상 배경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및 환율 변동 등 외부 요인도 언급되지만, SK하이닉스의 한화세미텍 계약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미반도체가 한화세미텍을 상대로 TC 본더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계약한 점이 양사 관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한화세미텍

▲한화세미텍 CI

격화되는 HBM 장비 경쟁…시장 판도 변화 주목

AI 열풍에 힘입어 HBM 시장은 유례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공급망과 고객의 다변화는 대세적인 선택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HBM 시장 규모가 2024년 182억달러에서 2025년 467억달러로 157%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J.P. 모건은 HBM TC 본더 시장이 2024년 4억6100만 달러에서 2027년 15억 달러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미반도체 역시 SK하이닉스 외에 마이크론을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고, 올해 1분기 매출 중 해외 고객사 비중이 90%에 달했다고 밝히는 등 고객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CLSA 등 증권가에서는 한미반도체 TC 본더 매출 중 SK하이닉스 비중이 2024년 74%에서 2027년 40%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도 최근 마이크론에 HBM3E 12단 인증을 줬지만 그에 대해 SK하이닉스가 불만을 가질 수없다"며 “한미반도체도 고객을 다변화하하면서 본인들은 공급 다변화의 불이익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면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사들의 치열한 도전은 당연한 것"이라며 “각 기업들이 기술력과 생산 능력, 그리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지가 향후 시장 판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라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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