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신흥국·선진국 입장차, 한국은 어느 쪽?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14 19:31
India Saudi Arabia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무하메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포옹하는 모습(기사내용과 직접 연관 없음).A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러시아 침공으로 빚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서방 선진국들과 신흥 경제국들 사이 입장차가 선명한 모양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하는 반면, 신흥국들은 이른바 ‘줄타기’를 하며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다. 국내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규탄 목소리에 여야 온도차가 극명한 상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진영이 신흥국 지지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신흥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확실한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서방은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 통과를 여러 차례 이끌었다. 하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최근 몇 달간 러시아를 공개 비난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약화하고 있다는 게 일선 외교관들의 진단이다.

러시아에 전쟁 피해 배상을 요구하고 러시아 지도부를 겨냥한 국제 재판소를 만들자는 우크라이나 세력들 제안에 많은 신흥국들이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밖에 이달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동 성명이 일부 G20 회원국 간 균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성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접적으로 규탄하는 내용이 빠진 채 채택됐다.

WSJ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에 동참한 개발도상국도 거의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중립적인 제3국을 통한 무역으로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는 것도 미국과 동맹국들에 여전히 큰 도전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인도를 비롯해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등 거대 신흥 경제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신흥경제국 협의체인 브릭스(BRICS)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6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WSJ은 브릭스의 회원국 확대를 두고 "여러 해에 걸쳐 영향을 미칠 국제정치 개편"이라고 짚었다.

브릭스 회원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며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리처드 고원 유엔국장은 WSJ에 많은 비(非)서방 국가들이 여전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계산’(triangulate)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확하게 어느 편에 서지 않은 채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주장과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더욱 선명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뉜다.

이날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 "윤석열 정부의 경직된 대북정책과 균형을 잃은 외교정책이 가져온 패착"이라며 "국민의 건강권과 환경권을 외면하고 역사성을 상실하면서까지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목표에만 열중했던 외교 행태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전날 브리핑에서 "4년 5개월 만에 북러 정상이 만나도록 만든 일등 공신은 윤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은 정상외교 석상에서 러시아를 공개적으로 자극해 러시아를 북한에 급속하게 경도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재옥 원내대표는 "우리는 이제 민주당식의 순진하고 이기적인 국제 안보 위기에서 벗어나 냉정하고 보편적인 관점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러시아와 북한의 안보 위협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윤석열 정부는 전 세계의 질서와 평화 유지를 위해 자유,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이를 지키고자 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협력할 것"이라며 "이와 동시에 압도적인 국방력, 한미일 삼각공조를 기반으로 북한의 그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굳건하게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정부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민주당 공세에 "조폭끼리 불법 무기 거래로 시민을 위협하고 있는데, 이들을 제지할 생각을 하기는커녕 ‘왜 조폭을 자극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게 했나’라며 조폭 편을 드는 것과 대체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박했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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