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단체관광 재개, 국경절 황금연휴 '특수' 기대
명동 대신 맛집 성수동, 성형 압구정 많이 찾아
면세점 방문객도 화장품 소량구매 '씀씀이' 감소
"유커 소비 커야 보따리상 수수료 줄고 수익증가"
▲중국 황금연휴 국경절 대목을 앞두고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 중국어 통역이 가능한 직원들이 서 있다. 사진=서예온 기자 |
지난달 중국 정부의 자국민 해외단체관광 재개 발표 이후 우리나라를 찾는 유커들이 이전의 ‘큰 손’ 소비행태가 아닌 실속형 또는 목적형 여행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과거와 같은 ‘유커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 때문이다.
◇ 요즘 中관광객, 면세점 오더라도 본인 여행상품 소량만 구입
실제로 여행업계와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관광에 나선 유커들은 과거의 ‘한국여행 1번지’ 서울 명동 대신 인기 맛집 등 소셜미디어에 핫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는 서울 성수동을, 면세점보다는 성형외과를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국내 면세점으로 쇼핑 나선 유커들도 예전처럼 구매 객단가가 높은 ‘씀씀이’를 보이지 않아 면세점업체들을 속태우고 있다.
중국정부의 해외여행 허용 조치 이후 관광유람선, 해외항공편을 통해 유커들이 국내 면세점을 줄지어 방문해 기대에 부풀었지만, 면세점에서 구매 객단가는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 사태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유커 객단가가 예전보다 좋지 않다"며 "전에는 한국 화장품이 면세점에서 싸 선물하려고 많이 사가려는 중국인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본인 것만 사가거나, 소량만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유커들의 달라진 씀씀이 행태를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유커가 계속 들어오고 있긴 한데 아직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만큼 높지는 않다"며 "이번 중국 황금연휴 때 유커 방한 규모와 매출 객단가 등 상황을 지켜봐야 정확한 유커 효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면세점업체에 ‘유커 효과’는 중요하다. 유커 유입이 늘어날수록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유치를 위한 송객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송객수수료는 면세점이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송객의 대가로 지급하는 수수료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항공길이 막혀 다이궁이 유일한 판매 통로로 부상하면서 국내 면세점의 송객수수료는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2014~2019년 매출 대비 송객수수료 비중이 19~22%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51.5%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다이궁이 매출의 큰손으로 자리잡다 보니 면세점들이 다이궁에게 송객수수료를 조금이라도 높게 주며 출혈경쟁을 벌인 결과였다. 코로나 일상회복 이후 현재 시장 정상화를 위한 면세점업계의 자정 노력으로 송객수수료 비중이 30% 안팎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다.
◇ 젊은 中여행객 중심 쇼핑 대신 ‘체험·목적 관광’ 선호
이처럼 면세점 유커 객단가가 줄어든 이유로는 유커의 달라진 관광 트렌드가 꼽힌다.
한국을 다시 찾는 유커 가운데 젊은 관광객들은 백화점·면세점이 몰린 명동에서 명품·한류상품 등을 쇼핑하지 않고,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로 접한 성수동을 찾아 인기 맛집을 순례하는 여행코스를 즐기고 있다.
또다른 유커의 여행 트렌드는 압구정 성형외과를 찾아 미용 시술을 받고 강남이나 성수동을 관광하는 부류이다. 이들은 대부분 여성 유커들로 한국 방문이 재개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압구정을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유커의 달라진 여행행태는 중국 국경절 황금연휴를 매출 정상회복의 대목으로 기대하던 면세점들에게 초조감을 안겨줄 수 밖에 없다.
전 유통학회장인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돌아온 유커들은 쇼핑 관광보다는 체험·목적 관광을 선호한다"고 풀이했다. 서 교수는 "따라서 국내 면세점업계의 실적이 빠르게 회복이 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만회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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