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한전 적자해소 의지있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20 08:17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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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한국전력의 부채가 200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9년 128조7000억원이던 한전 부채는 올해 상반기 기준 201조4000억원으로 2년 반만에 56.4%나 불어났다. 정부가 바뀌고도 지난 1년간 9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이 내야 하는 하루 이자만 70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흑자를 보면 전력요금 인하 압박 때문에 발전자회사에 전력대금을 넉넉히 준다. 반대로 적자 때는 발전자회사에 주는 전기값에 인색해진다. 즉 발전자회사라는 버퍼를 최대한 활용하고도 이 정도의 적자라는 것은 수치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을 말한다.

한전은 지난 5월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적자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한전이 여러 가지 자구책을 마련해 긴축을 하는 데도 적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전력시장의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 2017년 1kWh당 전력생산단가는 원자력이 60원, 석탄 80원, 천연가스 120원, 재생에너지 220원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연료비의 인상으로 전력 생산단가가 원자력 52원, 석탄 158원, 천연가스 239원, 신재생 289원으로 조정됐다. 원자력은 줄고 석탄과 천연가스,재생에너지 모두 올랐다. 이 가격표에서 보듯이 원전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이면 한전의 전력구매 비용은 5배로 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변동성과 간헐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력망을 안정화하기 위한 전력저장장치(ESS) 등을 추가로 건설해야 하고 여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한전이 아무리 아껴도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려서는 적자를 면할 수 없는 구조다.

당장 원전을 늘리는 것은 이미 실기한 듯하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원전 건설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신규원전을 넣겠다고 했지만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 부지확보를 위한 노력을 선행하지 않는 것을 감안할 때 정부의 신규원전 건설계획은 ‘립서비스’에 그칠 것 같다.

지난 20여년간 10차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단 한번도 전력수요를 과다예측한 적이 없다. 전부 과소예측이다. 전력수요를 과소예측하면 몇 년 후 부족분을 급하게 증설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건설기간이 짧은 천연가스발전소 밖에 대안이 없다. 반면 전력수요를 과다예측하면 몇 년 후 잉여부분을 감축해야 하는데 역시 천연가스발전소가 감축된다. 원전이나 석탄발전소는 건설기간이 길어서 이미 착공됐기 때문이다. 즉 전력수요를 과소예측하면 천연가스발전소가 늘어나고 과다예측하면 기저부하인 값싼 발전소가 늘어난다.

2000년도 이전에 한전이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할 때는 과소예측과 과다예측을 번갈아 하면서 장기적으로 적정한 에너지믹스를 가져가려는 노력을 했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에는 과소예측으로 일관하면서 천연가스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 또한 한전적자의 원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적정 에너지믹스로부터 현재의 에너지믹스가 얼마나 벌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부터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수요도 고려해 전력수요를 산출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화석연료를 전력으로 대체하려는 수요로 늘어나는 전기자동차, 인덕션 레인지 등을 과소하게 책정한 것이다. 탄소중립 2050계획을 이행하려면 전기의 4배 이상이 되는 화석연료 사용분이 전기화 또는 수소화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전력수요는 년간 몇 % 수준이 아니라 수백 % 수준으로 늘려야 할 지도 모른다.

전력시장의 운영에 있어서도 태양광발전과 원자력발전소가 동시에 가동될 때, 한전이 값싼 원자력발전 전기가 아니라 태양광발전의 전기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연료비가 싼 전원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 때문이다. 그 결과 5배가 비싼 전기를 우선 구매해야 한다. 그리고 그 부담은 오롯이 한전의 적자로 쌓이고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연료비가 아니라 전력생산단가가 싼 전력 우선으로 구매하도록 구매 체계를 바꿔야 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한전이 적자에 빠지면 전력망에 대한 투자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는 태양광발전에 투자하다가 정전사태를 맞았고, 텍사스는 풍력에 투자하다가 대정전을 불러왔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로 전력망의 안정성이 떨어지며 결국 정전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단순히 전력요금 이상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력당국에 한전의 적자를 해소할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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