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UAW) 빅3 동시 파업…일시적 판매 상승 수혜 기대
EU, 중국산 전기차 보조금 지원 조사 실시…"시간적 여유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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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자동차노조(UAW) 노조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시내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김정인 기자] 미국 완성차 빅3의 파업이 이어지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견제구를 날리고 있어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상황이다.
19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업계 최대 노동조합인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파업에 들어갔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업체 ‘빅3’ 노조가 동시에 파업에 들어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UAW가 3사 동시 파업에 나선 것은 노조가 설립된 지 88년 만에 처음이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빅3(GM·포드·스텔란티스)를 모두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UAW는 미주리 GM 공장과 미시간 포드 공장, 오하이오 스텔란티스 공장에서부터 시작해 파업 사업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사측을 압박한다는 전략으로 총 1만2700명의 근로자가 파업에 참여한다.
미국에 진출해 있는 현대차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경쟁사가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일시적 판매 상승 등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실제 2019년 10월 GM 파업 당시 현대차는 5만7094대의 차량이 판매되며 전년 대비 8%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노조 가입 등에 대한 압박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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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그랜저, 쏘나타, 아이오닉6 차량이 생산라인에 줄 세워져 있다. |
현대차는 유럽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를 정면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연례 정책 연설을 통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조사를 실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럽에서 생산하는 완성차 대비 30% 가량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EU의 중국산 전기차 견제로 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의 수혜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현대차 그룹이 비야디(BYD), 지리자동차 등이 갖는 가격경쟁력을 상쇄해 성장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유럽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상반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중 유럽시장 판매량 비율은 15.73%(57만5432대)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유럽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67만2015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3.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럽시장 전체 전기차 판매량 중 10%의 점유율을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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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인도 첸나이 공장의 모습. |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신시장에서도 전기차를 앞세워 시장 강자로 자리매김했지만 러시아에서는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유럽비즈니스협회(AEB)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러시아 시장에서 총 6대를 판매했다. 이는 2892대를 판매한 전년 동월 대비 99.9% 감소한 수준이다. 시장 점유율은 0.01%까지 떨어졌다. 올해 1~8월 누적 판매량은 1605대로 전년 동기보다 96.5%나 줄었다. 이 기간 누적 점유율은 0.4%를 기록했다. 기아의 지난달 판매량은 77.3% 급감한 909대, 누적 판매량은 84.2% 감소한 8466대를 팔았다.
공장 가동 중단으로 손실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현대차 러시아 법인(HMMR)은 지난해 230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순손실 규모는 2270억원을 넘었다. 전쟁 후 러시아 사업 손실 규모가 5000억원에 육박한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가 UAW 파업에 일정부분 동조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결국 노조의 입김이 강화된다는 차원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게 마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유럽의 중국산 전기차 견제의 경우는 현대차가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었다는 점에서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유럽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능동적 대처가 가장 중요할 때"라고 말했다.
kji0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