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 성장은 장기전"...확 바꾸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22 08:43

"자산성장 치우지지 말고 내실성장 먼저"

취임 때부터 고객 중심, 사회적 역할 강조



강력한 내부통제 주문…"모든 과정 정당화 돼야"

내부 시스템·신한의 근본 변화 추진

임직원과 소통 늘리며 인식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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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내실 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지금은 단기적인 자산 성장보다는 내부 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해 그룹의 본질적인 기반을 다져야 하는 시기라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변화는 그동안 덩치를 키우는 데 목을 맸던 기존 금융사의 행보와는 다른 것이다. 실적 싸움이 최대 관건이었던 터라 금융사들은 영업력 높이기에 혈안이었다. 내실 성장이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이지만 그룹 차원의 근본적인 문화가 바뀐다면 중장기적으로 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게 진 회장의 판단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 회장은 지난 3월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부터 ‘선한 영향력 1위’를 목표로 내걸고 ‘고객 중심’과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특히 "재무적 성과 경쟁에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신한금융의 역할을 제시했다.

강력한 내부통제도 주문하고 있다.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내부 견제와 검증을 통해 업무의 모든 과정이 ‘정당화’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금융사들은 눈으로 보이는 재무적인 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에서 지나친 영업 활동으로 인해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눈앞의 성장에 매몰된 결과 금융사의 근간인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신한금융도 사모펀드 사태로 홍역을 치렀다. 진 회장은 지난해 12월 회장 내정자 신분 때부터 실추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진 회장은 신한금융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먼저 임원진과 임직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파하고, 그룹 구성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직원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그룹 창업기념일에 열렸던 신한문화포럼을 ‘신한컬쳐위크’로 대신해 일주일 동안 그룹사를 돌며 직원들과 만났다. 당시 내부통제를 강조한 그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법령 통과 후 조기에 도입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책무구조도는 개별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중대한 금융사고 발생 시 CEO(최고경영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책무구조도 도입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낸 것은 신한금융이 처음이다.

이달 1일에도 창립 22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형식인 ‘참신한 토크 콘서트’를 열고 직원들을 만났다. 진 회장은 이 자리에서도 정도경영, 금융의 사회적 역할, 미래 금융의 궁극적인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진 회장은 이외 비공식적으로도 직원들과 만나며 소통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진 회장 본인의 생각만으로 회사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영진, 임직원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얘기를 듣고 설명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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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


조직 변화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지난 7월 신한금융지주 안에 ‘소비자보호 부문’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보호 조직은 은행에서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신한금융은 15개 그룹사 전체를 총괄할 수 있도록 금융지주 안으로 격상시켰다. 부문장은 박현주 신한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 부행장이 겸직한다. 또 지주사 임원과 부서장 등으로 이뤄진 내부통제 협의회와 윤리준법 실무자협의체 등도 운영하며 의견을 공유하고 내부통제 강화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지난달에는 그룹사의 금융소비자보호 담당임원과 부서장들이 모여 ‘소비자보호를 위한 전략 선포식’을 개최했다. 그룹의 선포식을 통해 직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는 것이 신한금융의 설명이다.

진 회장의 내실 경영 성과는 단기간에 나타나기 어렵다. 숫자로 표현되지도 않아 평가를 내리기에도 모호하다. 진 회장 또한 노력의 결실이 짧은 시간 안에 나타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진 회장은 내실 경영의 성과가 나타나는 시간이 2∼3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지 않아야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양적 성장이 더디더라도 감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계열사와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내실 경영을 통해 내부 시스템과 직원들의 인식 변화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직원이 100% 공감대를 가지기는 어렵기 때문에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에서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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