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밀도폴리에틸렌 가스 배관, ‘저압용’ 허용…업계 "수소시대 안 맞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26 12:55

산업부, 도시가스 ‘저압용’ 매설 배관 PE100 배관 허용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착수
업계, 도시가스+수소 혼입 등 수소공급 시대 대비 위해 중압(9bar) 허용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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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공급배관.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정부가 고밀도폴리에틸렌(PE100) 도시가스 배관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저압용 도시가스 매설배관’에 한계를 두고 있어 향후 배관을 통한 도시가스·수소 혼입 등 본격적인 수소공급 시대를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도시가스 ‘저압용’ 매설 배관의 색상을 국제기준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황색을 추가해 PE100 배관을 사용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지난 25일 도시가스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 입법예고에 들어갔다.

산업부는 이번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매설 배관의 PE100 사용을 가능토록 하는 것은 물론 △관련 규제사항의 합리화 △굴착공사 관련 규정의 간소화 및 명확화 등 현행 규정상 나타난 미비점을 개선·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E100, PE80 등은 폴리에틸렌의 등급을 나타내며 오랜 시간 견딜 수 있는 MRS(최소요구강도)을 의미하는 것으로 ISO 규격에 따라 분류한 것이다. 장시간 높은 압력을 견뎌야 하는 상수도관, 가스관 등에 사용한다.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에서 정부는 PE100 배관 사용을 가능케 하면서도 저압배관에 한정했을 뿐 중압배관 사용은 허용하지 않았다. 저압용 매설 도시가스 배관에 대해서만 기존 강관뿐만 아니라 PE배관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행 저압용(4bar)까지 허용하고 있는 도시가스 배관을 중압(9bar) PE100 배관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소한 중압 이상의 PE100 배관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국가스공사가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압력 조정(중압->저압) 없이 직접 배관을 연결해 공급받는 장점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PE100 배관이 수소취성에 강한 점도 보급을 서둘러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지목된다.

금속 안에 수소가 흡수되면 금속의 기계적 성질이 약해져서 무르게 되는 수소취성(약화) 현상이 나타나는데, PE100 배관이 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산업부와 도시가스 업계는 오는 2026년부터 본격적인 도시가스+수소 혼입 공급 실증사업에 착수한다. 따라서 향후 노후배관 교체 시, 또는 신규 배관 매설 시에는 PE100 중압배관 사용이 가능해야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일부 해외에서는 PE100 배관에 대해 약 7bar 수준의 중압배관 사용이 허용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향후 배관을 통한 수소공급 계획 등을 고려할 때 중압 PE100 배관 사용은 현실화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업계 의견을 반영해 산업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은 PE80과 PE100 배관의 융착방법 및 융착부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위해 연구용역을 통한 추가 검증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에서는 가스시설공사 완료 후 받아야 하는 기술검토 신청 등에 대한 사용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가스사용시설의 기술검토·완성검사의 시공자 대리 신청 허용 △행정관청의 굴착신고 통보시기 및 내용 명확화 △긴급 굴착공사의 배관 안전관리 행정절차 간소화 △정기검사증명서의 뒷면(이면) 기재 폐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you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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