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환율 ‘1달러=150엔’ 돌파하더니 순식간 급락…일본 정부 개입했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04 09:06
GLOBAL-CHINA/MARKETS

▲엔·달러 환율(사진=로이터/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50엔’을 마침내 돌파했지만 즉각 급락했다. 이를 두고 엔화 약세의 제동을 걸기 위한 일본 정부의 직접 시장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기준 전날 오후 11시 5분께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0.16엔까지 급등했다. 이는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그러나 엔화 환율은 몇 초만에 최대 147.33엔까지 급락하는 등 엔화 통과가치가 순식간에 초강세를 보였다. 그 이후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지속되자 환율은 조금씩 반등하기 시작했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오전 9시 6분 기준, 달러당 149.22엔을 보이고 있다.

엔화 환율이 여전히 고공행진하는 배경엔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하다는 경제 지표가 3일(현지시간) 발표됐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8월 채용공고는 961만건으로 전달보다 69만건가량 증가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인 880만건을 웃돈 것은 물론 4월 이후 최고치다.

이는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과열되고 있다는 뜻으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더 지속될 것이란 우려로 이어졌다. 이를 반영하듯, 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이날 연 4.8%를 넘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엔화 환율이 150엔을 넘어선 이후 즉각 급락하자 시장에서는 일본 외환당국의 직접 개입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 정부 측에선 개입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외환시장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해 코멘트를 삼가겠다"며 "과도한 환율 변동에 대한 스탠스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러당 150엔이 심리적 저지선인 만큼 당국이 직접 개입에 나설 수 있어 선제적으로 달러를 매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엔저 흐름에 대해 "계속해서 높은 긴장감을 갖고 만전의 대응을 취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6일 연속 구두개입을 이어갔다.

은행권의 한 소식통은 "엔화 환율이 150엔을 돌파하자 당국이 외환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면서 변동성이 증폭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말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된 이후 30분만에 약 8만 3000건의 엔화 선물 계약이 거래됐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평균 거래량의 약 25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엔화 통화가치가 순식간에 급등하자 트레이더들이 엔화 매도 베팅을 커버링한 신호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일각에선 일본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아예 일축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의 알랜 러스킨 수석 국제 전략가는 "당국이 작년 9월, 10월에 대규모로 세 차례 개입에 나섰고 엔화 환율 또한 큰 폭으로 움직였다"며 "이날 목격된 환율 흐름은 과거 개입에 따른 움직임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배녹번 글로벌의 마크 섄들러 수석 시장 전략가는 "개입일 수도 있지만 의심스럽다"며 "지난해 일본 당국이 개입했을 때에도 미국 시간대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스코샤뱅크의 숀 오스본 수석 외환 전략가는 "만약 개입이 맞았다면 엔화 환율이 빠른 시간내 달러당 149엔대로 오른 것에 대해 일본 정부가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엔화 가치 급등이 시장개입에 따른 결과가 맞다면 결국 환율 방어를 위한 움직임으로 일본은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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