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당국과 디지털화폐 구축 실험...은행도 '예금토큰' 활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04 14:53
한국은행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한국은행이 금융당국과 함께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활용성 테스트를 추진한다. 이번 테스트는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뿐 아니라 다수 은행이 함께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은행권은 내년 말부터 희망하는 고객들에게 예금을 기반으로 한 예금토큰을 발행하고, 실제로 이를 활용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4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이러한 내용을 담은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CBDC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새로운 화폐를 뜻한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 달리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함에 따라 주화의 형태만 변화한 것일 뿐 동일한 가치를 지닌다. 주요국은 범용 CBDC 발행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미래 도입 가능성에 대비해 연구, 개발 강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은 현재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고, 중국은 시범운영을 확대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그간 범용 CBDC를 중심으로 기술 및 법·제도적 이슈, 파급효과 등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 개발을 수행했다. 더 나아가 한은은 이달부터 내년 말까지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디지털통화의 다양한 활용사례를 점검하는 ‘CBDC 활용성 테스트’를 금융위, 금감원과 공동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번 테스트 준비 과정에서 기술 자문을 제공했다.

이번 테스트에서는 기관용 CBDC를 중심으로 예금토큰, 이머니 토큰 등 다양한 지급 수단을 아우르는 새로운 설계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개념검증과 같은 가상환경에서 이뤄지는 기술 실험뿐 아니라 내년 4분기 중에는 일부 활용사례에 대해 일반 국민들이 직접 참여해 디지털 통화의 효용을 체험할 수 있는 실거래 테스트를 제한적으로 실시한다. 은행들이 희망하는 고객들에게 예금을 기반으로 한 예금토큰을 발행해 실제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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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금융당국과 함께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활용성 테스트를 추진한다. 사진은 향후 CBDC 테스트 추진 계획 및 일정.


이를 위해 한은은 이달 중 시스템 개발 사업자, 은행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한 후 시스템 개발 사업자, 참가 은행 모집 및 선정, 테스트 대상 활용사례 구체화 등을 순차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활용 사례, 참가 은행 등 세부사항은 다음달 말에 공개하고, 일반 국민 참여 테스트는 시스템 구축 등의 준비를 거쳐 내년 4분기 중 착수한다.

다만 현재는 은행이 예금을 토큰화 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국은행의 기관용 CBDC와 연계된 이번 실험에 한해서만 은행이 해당 업무를 영위하도록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하고, 이용자 보호에 필요한 부가 조건 등을 부과할 계획이다.

한은은 이번 실험으로 경제의 디지털 전환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미래 금융시장인프라(FMI) 구축 방안을 점검하고, 프로그래밍 기능을 활용한 금융부문 혁신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번 테스트는 BIS와 협력을 통해 진행하는 만큼 전 세계 중앙은행들도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한국은행은 미래 디지털 금융 인프라의 모습을 미리 그리고 그 가운데 CBDC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금융위, 금감원과 이번 활용성 테스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CBDC 활용성 테스트는 혁신의 동력을 살리면서 소비자 피해, 시장 질서 교란을 막는 잘 규율된 혁신의 과정"이라며 "그간 가상자산법, 토큰증권 규율체계 등을 하나하나 마련한 것처럼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제도를 정비하고, 국민들의 권리에 대한 확고한 보장을 전제로 새로운 테스트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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