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상상인에 저축은행 지분 매각 명령 의결
내년 4월 4일까지 두 저축은행 지분 90% 팔아야
행정소송 제기시 당국과 또 다시 정면대치 부담
저축은행 경영상황 ‘먹구름’...지주사는 거리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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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금융위원회가 상상인에 내년 4월까지 계열사인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보유 지분을 10% 이내로 줄이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상상인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집중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상상인이 당국의 명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시간 끌기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저축은행을 둘러싼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은 점을 고려할 때 만일 상상인이 계열 저축은행을 매각한다고 해도 흥행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5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를 열고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대주주 지분 매각 명령을 의결했다.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내년 4월 4일까지 6개월 안에 상상인저축은행 보유주식 가운데 1134만1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주식 577만8001주를 처분하라는 내용이다. 상상인은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상상인의 최대주주는 유준원 대표로 지분 23.44%를 보유 중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8월 말 정례회의에서 이들 저축은행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결정했다. 유준원 대표가 2주 안에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해결하라는 조치다. 그러나 상상인이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금융위는 상상인에 계열 저축은행 대주주 보유 지분을 10% 이내로 남기고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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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현재 상상인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행정소송, 지분매각 등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상상인은 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매각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앞서 금융위는 2019년 12월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과 유 대표에 대해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율 미준수 및 허위보고, 불법 대출 혐의로 과징금 15억2100만원과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상상인저축은행이 2015년 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개별 차주에게 신용 공여 한도를 초과해 381억7000만원을 불법 대출한 혐의로 과징금 15억2100만원을 부과했다. 유 대표는 직무정지 3개월 상당의 퇴직자 위법 및 부당사항 통보 제재를 받았다. 신용공여 의무 비율을 유지하지 못했음에도 거짓 보고하고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형식적으로 공매했다는 혐의다. 상상인과 유 대표는 당국의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상상인과 유 대표가 소송에서 패소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또 다시 소송에 나선다고 해도 승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또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금융사 입장에서 당국을 상대로 두 번이나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상상인 입장에서 부담이다. 다만 소송을 제기할 경우 유 대표와 상상인 입장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시간을 벌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8월 말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이 나왔을 당시 상상인과 유 대표가 우호세력에 지분을 매각해 간접적으로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었다"며 "하지만 (당국이 대법원 승소 이후) 급작스럽게 회의를 열어 지분 매각 명령을 의결했기 때문에 (상상인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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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인저축은행. |
만일 당국의 명령대로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새 주인 찾는 것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6월 말 기준 상상인저축은행 총자산은 3조2991억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1조5806억원이다. 두 곳을 합한 총자산은 4조8797억원으로 업계 7위권으로 규모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다. 영업거점 역시 상상인은 경기권에, 상상인플러스는 충청권에 위치해있어 수도권으로 영업권역 확대를 모색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매력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금리 인상으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 부동산 PF 부실 우려, 충당금 증가 등으로 재무 상황은 좋지 않다. 상반기까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각각 248억원, 9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작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에 따라 두 저축은행이 매물로 나오면 대형 지주사, 금융사보다는 다른 업종에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보다는 다른 업권에서 저축은행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다른 업권에서 인수를 시도한다고 해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상상인 내부에서는 아직 향후 대응 방안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상인 측은 "아직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았고 내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애초부터 상상인에 2주 안에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 것은 행정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상상인에서 대응 방안이나 법리적 검토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상상인 입장에서는 10%만 남기고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곧 라이선스 반납과 마찬가지인 만큼 어떤 결정을 내릴지 내부적으로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