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사상 첫 하원의장 해임, 트럼프에 ‘이런’ 시나리오까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06 08:23
USA-TRUMP/NEW YORK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최근 역사상 첫 하원의장 해임 사태를 맞은 미국에서 의원직이 없는 전직 대통령이 차기 하원의장을 맡는 사상 초유의 시나리오마저 거론되고 있다.

자당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해임에 결정적 역할을 한 공화당 극소수 우파 의원들이 하원의장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곧 열리는 공화당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원의장 선출에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AP통신 등 일부 언론은 복수의 측근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 하원 공화당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계획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공화당 하원의장 출마자들 정견 발표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3일 매카시 전 의장 해임 결의안이 가결되면서, 의총 다음날인 11일 새 하원의장 선출이 예정됐기 때문이다.

매카시 전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 주도로 해임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매카시 의장 선출을 앞두고 그에 대한 지지를 밝혔지만, 해임 전후 과정에선 직접적인 언급이 없었다.

이에 이번 의총 및 새 하원의장 선출에 어떤 역할을 할 지 특히 주목되는 상황이다.

미국 의회 역사상 첫 지도부 공백 상태로 거대한 혼란에 빠져든 공화당에서는 뚜렷한 대안적 차기 하원의장 후보가 부재한 상태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하원의장 후보로 강력히 천거하고 있다.

특히 당내 대표적 극우 성향 인사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과 트로이 넬스 의원 등이 이런 움직임의 ‘선봉’에 서고 있다.

그린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하원의장이 된다면, 하원은 날마다 트럼프 집회가 될 것"이라고 했고, 넬스 의원은 "많은 동료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하원의장 후보로 지지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헌법상 하원의장을 원내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주장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경파 일각 천거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전날 뉴욕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가와 공화당, 국민을 위해 무엇이든 최선의 것을 할 것"이라면서 자신은 일단 대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선거 과정에서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 것"이라며 "공화당 내에는 하원의장직을 잘 수행할 훌륭한 사람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도 소셜미디어에 "최종적으로 위대한 공화당 하원의장이 탄생하기까지 단기적으로 선출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권력서열 3위인 하원의장이 되려면 넘어야할 장애물도 적지 않다.

우선 하원에서 공화당이 간발의 의석차로 다수당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전체 하원 공화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원의장이 될 수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당규에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중대 범죄 혐의로 기소된 경우 지도부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규정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하원 공화당 의원총회 방문 검토는 자신의 하원의장 출마보다는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이상의 실세로서,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포석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만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 공화당 의총에 방문한다면 지난 2021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특히 그의 극렬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한 1·6 사태 이후 처음이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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