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너마저'...KDB생명 매각 불발에 보험사 M&A 시계제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19 17:05

KDB생명 매각 다섯 번째 실패로…하나금융, 재무건전성 개선에 부담



"MG·롯데손보 등 잠재 매물까지 당분간 투심에 한기 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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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DB생명보험이 다섯 번째 매각 시도에 실패했다. 업계는 이번 딜이 향후 보험업권 인수합병(M&A) 시장에 미칠 영향에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KDB생명보험이 다섯 번째 새 주인 찾기에 끝내 실패하면서 시장은 이번 딜이 향후 보험업권 인수합병(M&A) 시장에 미칠 영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현재까지는 악화된 보험업황과 새 회계제도 도입으로 인한 불안정성 등 당분간 원매자들의 투심이 얼어붙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KDB생명 원매자였던 하나금융지주가 다른 보험사 매물을 들여다볼 가능성이 생기면서 매물들로선 또 하나의 ‘큰손’ 원매자가 시장에 나오는 기회가 됐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 "재무구조 자금에 부담됐을 것"...하나금융, KDB생명 인수 포기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자로서 인수 절차를 진행해왔던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포기를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CV PEF)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지주로부터 KDB생명 인수 포기 의사를 전달받고, 하나금융지주와의 매각 절차를 중단한다고 전날 밝혔다. KCV PEF는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으로 설립했으며 KDB생명 지분 92.73%를 보유 중이다.

그간 보험 업계에선 하나금융이 자본력을 갖춘 원매자인데다, 꾸준히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매각 의지를 지켜 온 산은과의 관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KDB생명 인수를 끝까지 성사시키지 않겠냐는 예상이 나왔으나 하나금융은 결국 KDB생명의 낮은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따르는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KDB생명의 올해 6월 말 기준 신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67.5%(경과조치 적용 전)으로 보험업법 상 마지노선인 100%를 밑도는 수준이다. 인수 후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투입해야 하는 비용은 많게는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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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매각이 성사될 것이란 기대감이 실렸던 만큼 업계에도 연쇄적인 영향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업계가 새 회계제도(IFRS) 도입으로 성장성 입증에 있어 불안정한 환경이기에 원매자로선 적정 가치를 산출을 위해서라도 급하게 인수에 나서기보다 장기적인 가치를 살피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사를 키울 경우 투자가치를 뛰어넘는 수준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면 자금을 쏟아 붓더라도 인수해 키워냈을텐데, 올해 IFRS17 도입 이후 생보사가 수익성을 입증해내기 더 어려워졌고, 더욱이 생보가 최근 상품 판매나 장기적 업황면에서도 좋은 상황이 아닌데 하나금융이 인수를 포기하며 이런 흐름을 방증하게 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 또 다른 매물 MG·롯데손보에 ‘찬물’…돌아온 ‘큰손’ 원매자엔 기대감도

이에 매각을 기다리는 보험사들에 따를 영향에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 보험사 매물로 거론되는 회사는 KDB생명을 비롯해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ABL생명, 동양생명 등이다.

MG손보의 경우 예금보험공사(예보)와 대주주 간 분쟁이 지속되는 틈에 매각 기대감이 낮아지는 상황이다. 매각 재입찰에 나선 MG손보의 경우 지난 5일 예비입찰이 진행됐으나 단 한 곳의 원매자만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면서 또 다시 유찰됐다. 금융지주와 사모펀드(PEF)들의 관심이 저조했고 대주주인 JC파트너스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등 사법리스크 등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예보는 내년 초 매각을 완료하는 등 빠르게 매각을 성사하려는 의지가 강하나 이 같은 계획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강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던 우리금융과 교보생명이 나서지 않음으로써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JC파트너스가 지난달 말 법원에 계약절차 중단을 구하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예보의 입찰 과정에 훼방을 놓는 모양새가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3조원에 이르는 몸값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큰 상황이다. 업계에선 롯데손보 브랜드 사용 계약기간이 끝나는 내년 하반기 전까지 매각을 서두를 것이란 가능성이 나오지만 이러한 사정과는 달리 가격을 다소 비싸게 부르고 있다며 입을 모은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눈독을 들일 만한 시장 장악력을 가진 매물은 그나마 롯데손보인데, 매력적이라고 하더라도 시장과의 시각차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ABL생명이나 동양생명 등 중소형 보험 매물들의 경우 일단은 금융그룹사들 눈밖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ABL의 경우 일부 사모펀드(PEF) 등을 통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 복수의 PEF가 인수를 고려 중인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PEF의 경우 보험사 인수 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등 각종 난관이 예상돼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하나금융의 이번 KDB생명 인수 포기가 매각을 기다리는 타 보험사들에겐 새로운 가능성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자본력을 갖춘 핵심 원매자가 시장에 다시 들어온 점이 긍정적이란 판단이다. 또한 그간 몸값이 높다는 인식이 강했던 보험사 중 KDB생명보다 재무건전성이 양호할 경우 몸값 재평가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딜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DB생명과 동양생명에 따르는 인수 부담이 큰 편이기에 상대적으로 ABL생명이 가치가 높아졌단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금융그룹이 무난하게 인수하기 좋은 매물이라는 재평가가 나오기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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