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전쟁과 기후위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21 05:54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임은정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기습 공격을 단행한지도 어느 덧 2주일 이상 지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 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중동에서 또다시 대규모 살상이 벌어지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전쟁으로 희생된 수많은 무고한 생명들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전쟁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기후변화가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올해 2월 우크라이나 환경자원부와 현지 기후단체인 에코디아(ecoaction)는 지난해 11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발표한 1차 중간평가에 이은 후속 보고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기후피해’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전쟁 발발 이후 1년 동안 전쟁으로 배출된 온실가스 배출량이 1억2000만톤으로 평가했는 데 이는 같은 기간 벨기에에서 배출한 온실가스와 맞먹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 배출에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대의 연료 소비다. 여기에 폭격으로 발생한 화재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전쟁 기간에 발생한 화재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평시였던 2021년 화재로 인한 배출량의 10배에 달한다. 게다가 전쟁으로 발생한 대규모 피난이나, 위험지역을 피하려 비행 항로가 변경되면서 발생한 추가적인 온실가스 배출과 같은 인간의 이동과 관련된 양도 상당했다. 더 나아가 전쟁 종료 후 우크라이나 재건 상황 과정에서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사용되는 엄청난 양의 시멘트와 철근 등의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쟁 때 보다 더욱 클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하마스-이스라엘 간 전쟁도 마찬가지다.

물론 지금도 매일같이 희생자가 나오는 급박한 상황에서 전쟁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논하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느끼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라는 위기 상황은 어느 한 나라의 국경에만 머무는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문제라는 점,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모든 나라에 공평하게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기후 조건이 열악하거나 사회기반시설이 취약한 저개발 국가일수록 더욱 큰 피해를 입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갈등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환경 문제는 국제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하마스-이스라엘 전쟁도 종교적 신념이나 땅의 소유를 둘러싼 역사적 정당성 외에도 ‘물’을 둘러싼 갈등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중동 지역은 기후 조건 상 수자원 문제가 오랜 갈등의 원인이 되었는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에도 수자원 문제가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요르단 강의 수자원을 이스라엘이 차지하고 팔레스타인 측은 이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비싼 비용을 치르고 물을 사야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기후위기는 중동 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물로 인한 피해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가 273개 관측시설을 통해 관찰한 결과를 발표한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집수구역의 절반 이상에서 수자원 양에 변화를 보였다. 유량이 감소한 지역에서는 가뭄이, 증가한 지역에서는 홍수의 우려가 높아졌으며 물 순환의 균형이 깨졌다는 경고다.

수자원을 공유해야 하는 국가 간에는 갈등과 분쟁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메콩 강 상류 중국의 댐 때문에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물 부족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반중 정서가 높아지고 있다는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과 중국 간에 전면적인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로 인한 갈등이 역내 긴장을 높이고 무력 충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또 다른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이로 인해 기후위기는 더욱 가속화하고 대량 난민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참극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평화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국빈 방문하는 만큼 전쟁으로 증폭되는 기후위기, 기후위기로 높아지는 국제 갈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국제 담론을 주도해 가기를 바란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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