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대지진] '품질인증부터 판매까지'…대기업이 직접 나선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2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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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현대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에 품질인증을 마친 중고차들이 주차돼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정인 기자] 현대자동차가 국내 대기업 중 첫 번째 주자로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아도 다음주 중고차 판매를 시작하고 한국지엠,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 기업도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 이들은 물음표가 따라붙었던 기존 중고차 업계의 신뢰성·편의성을 개선해 시장 파이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9일 경남 양산시 소재 현대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에서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미디어 데이’를 개최, 중고차 사업의 출범을 알렸다. 현대차는 이날 양산센터에서 상품화과정을 거쳐 품질 인증을 완료한 팰리세이드와 제네시스 G80 인증중고차를 첫 공개했다. 판매는 오는 24일부터 개시한다.

현재 국내 중고차 시장의 규모는 연간 30조원, 거래량은 연간 238만건에 달한다. 이는 신차 거래량의 1.4배다. 이 중에서 현대 제네시스 중고차는 연간 약 90만대로 전체 중고차 거래량의 약 38%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자사 중고차를 직접 관리·공급해 품질인증을 거친 상품을 직접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올해는 연말까지 5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원하 현대차 아시아대권역장(부사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당사는 ‘만든 사람이 끝까지 케어 한다’는 철학 아래 인증중고차 사업을 준비해왔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중고차 거래문화를 안착시킴으로써 국내 중고차시장의 선진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증중고차 사업 방향성으로 △투명 △신뢰 △고객가치를 제시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중고차매매업 사업자등록을 시작으로 인증 중고차사업을 단계별로 준비해왔다. 이후 1년 10개월 동안 중고차 매집에서부터 상품화, 물류, 판매에 이르기까지 관련 사업 전과정에 걸쳐 자체 인프라를 마련했다.

현대차는 장기간의 준비 끝에 미디어 데이를 통해 고품질 인증중고차 공급을 위한 모든 과정을 공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양산 인증중고차 센터에는 최첨단 스마트 설비가 갖춰져 있어 연간 1만5000여대의 중고차를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센터 내 상품화동은 고객으로부터 매입한 중고차를 신차급 품질의 차량으로 리뉴얼하기 위한 최적의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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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엔지니어가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양산 인증중고차 센터는 기존 현대차 양산출고센터 부지에 신설됐으며 전체 면적은 3만1574m²(약 9551평)에 달한다. 센터는 중고차 ‘상품화 프로세스’가 수행되는 핵심 시설인 상품화A/B동과 치장장, 출고작업장, 차량 보관 및 배송을 위한 물류 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중 상품화 A/B동의 건물 연면적은 1만076m²(약 3048평)에 달한다.

상품화의 경우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는 국내 최다 수준인 현대차 272개 항목, 제네시스 287개 항목에 걸친 진단·검사를 거쳐 품질 인증을 받고 판매된다. 상품화 A/B동은 중고차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전용 공간으로 △B동에서는 차량 입고점검, 정밀진단 및 품질개선 등이 진행되며 △A동에서는 차량 외관 복원, 휠 얼라이먼트 점검, 고객이 실제 차를 보는 듯한 오감만족 콘텐츠 제작, 최종 품질 인증 등의 절차가 이뤄진다.

거래의 투명성을 위해선 제조사로서 보유한 자체 데이터는 물론 외부 기관에서 확보한 대량의 정보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하이랩(Hi-LAB)’ 및 ‘인공지능 가격산정 엔진(AI Pricing Engine)’을 제공한다. 소비자가 중고차 구입을 꺼리는 핵심 원인이었던 판매자와 소비자간 정보의 비대칭 해소에 나서겠다는 것이 골자다.

판매채널은 모바일 앱과 웹 중심으로 운영한다. 고객은 모바일 앱 ‘현대/제네시스 인증중고차’ 및 인증중고차 전용 웹사이트에서 상품검색 및 비교는 물론 견적, 계약, 결제, 배송 등 ‘내차사기’ 전과정을 온라인 원스톱 쇼핑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최종 구입한 차량은 집 앞 등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배송된다.

현대차는 신차 구입 고객이 타던 차량을 매입하는 ‘내차팔기’ 서비스도 선보인다. 신차 구입 고객은 타던 차량의 브랜드 상관없이 매각할 수 있다. 이로써 국내 브랜드에서도 중고차 처리와 신차 구입이 동시에 가능해지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 형님 격인 현대차가 가장 먼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타 완성차 기업도 중고차 시장에 순차적으로 진출할 전망이다. 기아는 오는 25일 미디어 데이를 개최하고 인증중고차 사업에 대한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또 KG모빌리티는 중기부 심의위 결과에 따라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자동차 등도 내년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kji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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