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대지진] 메기일까 상어일까…중고차 업계, 대어 등장에 '술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22 10:39

국내 중고차 시장 연간 30조원 규모…수입차 이어 현대차까지 시장 진출



"중고차 업계 신뢰성 높아질 것" vs "양질의 중고차 대기업이 독실할 듯"

현대차

▲현대자동차 인증중고차들이 경남 양산시 하북면 현대 인증중고차 양산센터에 주차돼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정인 기자] 수입차 업계가 인증중고차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까지 시장에 뛰어들자 중고차 업계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낮은 신뢰도’를 해결할 ‘메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새로 지배력을 행사할 ‘상어’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간 판매대수 260만대, 매매 규모는 30조원이다. 판매 대수로는 신차 판매량의 약 1.4배에 달한다.

수입차 업계는 이미 인증중고차 사업에 일찌감치 뛰어든 상태다. 특히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미 연간 1만대 이상의 인증중고차를 팔고 있다. 가장 먼저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한 BMW는 인증중고차 매물의 외관·내장·파워트레인·타이어 등에 대해 72개 항목의 기술점검을 진행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011년 인증중고차 시장 진출 이후 현재 국내 수입차 기준 전국 최대 네트워크인 24개의 인증중고차 공식 전시장과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판매 대수는 평균 17% 증가하는 등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렉서스 코리아도 지난 2015년 9월 공식 인증중고차 브랜드 ‘LEXUS CERTIFIED’를 공식 론칭하고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렉서스의 공식 테크니션이 하이브리드 시스템부터 파워트레인, 섀시·조향 시스템 및 제동 시스템, 실내외 장치 점검과 도로주행 평가까지 191가지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 자격이 충족되는 차량에 한해 인증마크를 부여한다.

아우디도 최근 김포에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신규 오픈하며 전시장을 13곳으로 늘렸다. 또 페라리 등 슈퍼카 브랜드도 인증중고차 사업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 업계 ‘대어’인 현대차가 인증중고차 시장에 합류하자 업계에선 엇갈린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불신이 높았던 중고차 시장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과 동시에 대기업이 골목상점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먼저 그동안 대표적인 ‘레몬마켓(품질 낮은 제품이 유통되는 시장)’으로 꼽혔던 중고차 시장의 신뢰성·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다. 지난 2020년 한국소비자원이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 관련 인식 등을 설문 조사한 결과,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 ‘허위·미끼 매물’ ‘불투명한 중고차 가격정보’ 등 중고차 시장의 문제점이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가 직접 나서 중고차를 인증하면 소비자들의 불신이 해소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히 구매 과정과 사후 서비스 차원에서 중고차 업계의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고차 거래 활성화되는 선순환으로 연결돼 기존 업체와의 긍정적인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A급’ 중고차를 독식해 중소 업체들이 불리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는 이런 우려를 고려해 기존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5년 10만km 이내의 자사 브랜드 중고차만 판매 △인증중고차 대상 이외 매입 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 △연도별 시장점유율 제한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공개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당 대책이 무용지물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중소 중고차 업계에 종사하는 관계자는 "대기업이 직접 중고차를 팔면 매물을 모두 가져갈 것"이라며 "결국 양질의 중고차는 대기업이 가져가고 중소 업체들에겐 5년 이상, 10만km 이상 중고차만 몰릴 수 있다"고 했다.


kji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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