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호실적 전망에도 20일 주가 -24% 급락...증권가도 목표가 줄하향
CFD 이어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리스크관리 실패에 시장 신뢰도 하락
위탁매매 1위 불안한 가운데 IB로의 다각화도 지지부진
▲지난 4월 금융감독원 주최 증권업계 사장단 간담회에 참석했던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올해 주가조작 사태 연루에 이어 대규모 미수금 쇼크를 맞은 키움증권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황현순 대표이사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큰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당장의 실적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주주·투자자들의 신뢰가 하락한 데 이어 느려진 사업다각화 속도 역시 잠재적 리스크로 꼽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올 3분기 영업이익 2078억원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92% 증가한 수치로,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증시 약세가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성적으로 평가된다. 매출 및 당기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오를 전망이다.
◇CFD 이어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
이 같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키움증권의 주가는 최근 급격한 하락을 겪었다. 키움증권은 이날 전년 대비 4.65% 오른 8만1000원에 마감했지만, 이틀 전인 지난 23일 무려 -23.93%라는 폭락을 겪었다.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 발생 후인 20일 키움증권이 영풍제지와 관련해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영풍제지에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유력한 가운데, 증거금률을 40%로 설정한 키움증권이 시세조종 창구 역할을 한 것이 문제였다.
키움증권 측에서는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투자자와 주주의 추락한 신뢰를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지난 4월경에도 오너였던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전 회장이 라덕연 일당이 개입한 차액결제거래(CFD) 발 대규모 하한가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겪었기 때문이다. 주도적인 위치는 아니었지만 한 해에만 두 번의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던 만큼, 황현순 대표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각 사업 부문 조직이 모여 구성된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의사를 모아 종목당 증거금률 등을 설정하는 구조다. 이에 금투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이 리스크관리본부 등 별개의 조직을 구성, 조직장이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키움증권은 미수금 사태가 직후 전체적인 구조 점검에 나선 상태다.
◇위탁매매 1위 불안… IB도약도 제동
키움증권의 사업구조도 잠재적 리스크로 꼽힌다. 키움증권은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가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사업다각화 속도가 기대와 달리 지지부진한 것이다. 작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얻으며 투자금융(IB) 부문으로의 사업확장이 기대됐었지만, 올해 두 차례 금융사건에 연루되며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받을 길이 요원해졌다. 올해 IB 시장이 침체기에 놓인 것도 다각화 속도를 늦추는 요소다.
그런 가운데 주전장인 위탁매매 시장의 1위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키움증권의 국내 주식 위탁매매 시장 점유율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30.8%로 내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40%에 육박했던 해외주식 위탁매매 점유율은 내리막을 탄 끝에 27.0%까지 내렸다. 토스증권 등 후발주자의 점유율이 20%대까지 올라가면서 리테일 시장 파이를 뺏기고 있는 형국이다.
각 증권가에서도 키움증권이 안고 있는 리스크들에 주목하며 목표가를 속속 낮추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다올투자증권이 13만7900원에서 12만700원으로 낮췄으며, 이밖에도 삼성증권(12만5000원→10만원), KB증권(13만원→12만3000원), 대신증권(14만원→12만원) 등이 적정가를 하향 조정했다.
이에 현재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황현순 대표가 향후 리스크 관리 구조, 사업구조 개편과 관련해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올해 두 가지 큰일을 겪었지만, 이런 정도로 황 대표가 교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을 깔끔히 마무리하고 사업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소방수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