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반사이익?...중고차사업 넘긴 현대캐피탈, 수익성 의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26 11:52

현대차, 인증중고차 사업 공식 개시

현대캐피탈 금융상품 제공



사업영위 당시와 수익구조 달라져

결제수단 등장 '위협'



1금융권 상품 출격하고 KB캐피탈 뒤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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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4일부터 인증중고차 사업을 공식 시작했다.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현대캐피탈이 인증중고차 사업에 손을 떼며 이후 나타낼 실적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사업을 직접 운영할 때와는 달라지게 되는 수익 구조와 갈수록 가중되는 조달 금리 부담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 '큰 형'이 가져간 중고차 사업…현대캐피탈 수익구조에 '변화'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4일부터 인증중고차 사업을 공식 시작했다. 올해 남은 두 달여 기간 동안 5000대를 파는 것을 목표로 제시하는 등 업계 진입자로서 출발을 알린 상태다. 현대차는 중고차로서는 신차의 제조공장으로 여겨지는 인증중고차 전용 상품화센터를 경남 양산과 경기도 용인에 구축했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와 기아의 보유지분율이 99.8%인 현대차그룹 전속 금융사(캡티브)다. 현대캐피탈을 이용해 현대차를 구매할 때 저금리를 제공하며 자동차금융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판매를 지원하고 있다.

현대차가 인증중고차 사업에 뛰어들기 전 해당 사업은 현대캐피탈이 도맡아 영위했지만 캐피탈업계가 주도해 오던 시장에 초대형 완성차 업체인 ‘큰 형’이 등장하자 지난 7월 관련 사업 운영을 종료하게 됐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 인증중고차 판매 플랫폼에서 관련 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의 인지도와 자금력을 등에 업고 향후 현대캐피탈 중고차금융이 더욱 강력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업계로부터 그러한 예견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같은 중고차 판매 사업을 영위하던 타 중고차 판매사에게는 현대차의 시장 진입이 위협이 될 수 있으나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의 우위를 점하는 것과 비례하게 현대캐피탈 수익이 늘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기존에는 현대캐피탈이 운영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매자가 대부분 현대캐피탈 고객으로 유입됐지만 현대차를 통해 중고차를 구매하는 고객의 경우 타 카드사 상품이나 다양한 구매 수단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서비스에서 현대캐피탈의 금융상품을 추천 할테니 수익 연계성이 있는 것은 맞지만 현대차가 사업을 운영하면 구매수단 다양화로 인해 현대캐피탈이 독점을 하지 못하는 구조가 된다"며 "현대캐피탈 입장에선 기존에 사업을 직접 운영해 단독으로 고객을 확보할 때와는 달리 고객을 나눠가지게 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가 관련 중고차 구매 대출상품을 출시한 점도 이와 같은 부분에서 위협적인 요소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4일 중고차 대출 상품을 본격 출시하며 고객 모집에 나섰다. 차량 번호만으로 금리와 한도 조회가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했고, 주말에도 대출 신청이 가능한 점 등 간편한 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금리는 기존 캐피탈 업권 자동차 대출 금리에 비해 평균 3~4%이상 저렴한 최저 5.49%(24일 기준)다. 한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인증중고차를 이용하는 구매 고객은 캐피탈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구매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며 "1금융권 이용 시 신용등급 영향이나 금리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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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는 지난 24일 중고차 대출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 모집에 나섰다.


◇ 1금융 대출상품·경쟁업체에 밀릴 가능성도…재무건전성도 부담


중고차금융의 최대 경쟁사인 KB캐피탈도 현대차그룹의 시장 진입에 대비해 중고차 금융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외제차와 중고차 구매 고객을 공략하는 방식으로 입지를 키운 결과 현대캐피탈의 중고차 금융 시장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현대캐피탈의 1분기 신차금융자산은 16조원 가량이지만 중고차자산은 2조6000억원으로 KB캐피탈(2조2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KB캐피탈의 신차금융 자산은 지난 1분기 1조6000억원으로 2년 전보다 42% 줄었지만 같은 기간 중고차금융은 15% 성장했다.

최근 캐피탈 업황이 부진 추세인 점은 올 들어 악화 중인 현대캐피탈 실적과 재무건전성 지표에도 좋지 않은 여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캐피탈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88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3.1% 줄었다. 1분기만 놓고 보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수준인 650억원을 나타냈다. 이에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과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각각 2.3%, 6.3%를 나타내 전년 말보다 악화됐다. 금리인상으로 조달 비용 부담 증가와 연체율 관리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고객이 많아질 경우 중고차금융 자산 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현대캐피탈이 현대자동차그룹과의 강한 결속력에 따라 신차 금융에 강점을 보이는 것은 장점이지만 이는 동시에 수익 다각화에서 과제로 읽힐 수 있다. 현대차·기아 신차 판매가 감소할 경우 이 비중이 그대로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업계가 우려하는 만큼 현대차가 단숨에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역시 현대캐피탈 수익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인증을 거친 동일한 모델과 스펙을 지닌 A차량이 현재 중고차 판매 업계 1위인 케이카와 대비해 600만원가량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케이카는 △보유 차량대수의 월등함 △수입차 취급 △오프라인 구매 가능 △현대차에 견주는 품질검사 등을 차별화 된 서비스 전략으로 앞세우고 있다. 케이카 외에도 롯데렌탈, KG모빌리티 등 굵직한 기업도 중고차시장 진출을 앞둔 상태다.

한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원하면 높은 가격을 책정한 현대차로 가겠지만 낮은 가격을 우선 조건으로 두는 경우는 타 업체로 향하게 돼 시장이 양분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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