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대통령의 중동 순방과 ‘제2의 중동 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27 13:33

이강국 전 중국 시안 주재 총영사

2023102901001456700072541

▲이강국 전 중국 시안 주재 총영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를 잇달아 국빈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에너지와 건설, 첨단기술 등 전반에 걸쳐 중동의 핵심 협력국인 양국과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새로운 협력 영역을 발굴하며 우리 기업들의 중동 진출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 실권자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가 전통적인 에너지, 건설 등의 분야에서 자동차, 선박도 함께 만드는 첨단산업 파트너십으로 발전시키고 관광· 문화교류 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국제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현 상황에서 에너지 시장의 핵심 국가이자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에 대해 시장안정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양국 간 경제·국방·안보 등 포괄적인 분야에서 상호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도 채택했다. 한·사우디 공동성명 발표는 1980년 최규하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이후 43년 만이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네옴 프로젝트를 비롯해 사우디가 추진 중인 키디야·홍해개발·로신·디리야 등 기가 프로젝트와 이와 연관된 인프라 사업의 성공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관광·스마트팜·특허·해운 및 해양수산·통계·사이버안보·식약 규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잠재력이 크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사막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포럼에 주빈으로 참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에서 행사장까지 직접 차를 운전해 친근감을 표시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다음번에 오시면 사우디에서 생산한 현대 전기차를 함께 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국빈 방문 계기에 현대차는 사우디 국부펀드와 공동으로 약 5억 달러를 합작 투자해 전기자동차 조립공장을 설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포럼 연설에서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함께 같이 갈 친구를 선택하라’는 아랍 속담을 인용한 뒤 "대한민국은 미래를 위해 함께 연대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카타르 방문에서는 현대중공업과 국영기업 카타르에너지 간에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17척에 대한 건조 계약이 체결됐다. 정상 임석하에 스마트팜 협력, 건설·건축 분야 첨단기술 협력, 국가 공간정보 협력, 중소벤처 협력, 무역투자촉진 프레임워크 등의 MOU도 맺었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우리의 주요 교역국이자 중동지역 정치 경제의 핵심 플레이어로 이들 국가들과의 우호 협력은 우리의 경제와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1호 영업사원’으로서 세일즈 외교에 공을 들여왔는데, 주요 대상이 바로 중동이고 성과도 많이 냈다. 지난해 11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한때 체결한 계약 및 MOU 사업규모가 290억 달러에 달하고, 올해 1월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하며 300억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번 한·사우디 정상회담을 계기로 모두 51건 156억 달러 규모의 투자계약 및 MOU가 체결됐다. 카타르 방문 일정에서 MOU·계약 총 12건을 체결해 46억달러 규모의 수출·수주 성과를 거뒀다. 특히 HD 현대중공업이 카타르 에너지와 39억달러 규모의 LNG 운반선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조선업계 사상 단일 계약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이로써 지난 1년 간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로 대표되는 중동 ‘빅3’에서 거둔 성과만 792억달러(약 107조원)에 달한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열사의 땅 중동에서 벌어들인 오일머니는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원동력이 됐다. 이제 107조원이라는 거대한 ‘경제 운동장’이 중동 지역에서 만들어졌다. 총 5000억 달러(676조2500억원)의 사우디 ‘오일머니’가 투입되는 네옴시티 사업에 한국기업의 참여 기회도 늘어날 전망이다. 방산 협력도 기대감을 키우게 한다. ‘제2의 중동 붐’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이번 대통령의 방문을 통해 더욱 튼튼해진 기반위에서 시장개척을 가속화하면서 한편으로 중동국가들과 지속가능한 상호 호혜적 협력을 이루어 경제위기 타개는 물론 새로운 발전의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