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스퀘어-큐텐, ‘11번가 공동경영’ 손잡을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30 17:50

최근 매각협상 진행서 2019년 실패카드 다시 요구



양사 일단 MOU 체결…큐텐 최종결단 따라 판가름



SK, 투자자에 올해 10월까지 IP이행 약속 숨돌리기



큐텐, 국내점유 확대, 물류사 美상장에 11번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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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 큐텐 대표


[에너지경제신문 서예온 기자] 올해 IPO(기업공개)가 무산된 11번가와 위메프·티몬·인터파크커머스(인터파크)를 집어삼킨 큐텐과 인수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공동경영’이 협상 이슈로 떠올라 성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동경영 이슈는 11번가의 대주주 SK스퀘어가 지난 2017년 롯데·신세계 등과 매각 협상 당시 경영권을 넘기지 않고 투자를 요구하는 조건으로 내걸어 결국 매각 실패를 가져온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 바 있었다.

그럼에도 SK스퀘어가 최근 큐텐과 ‘공동경영’을 요구하는 내용을 양해각서(MOU)를 맺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과 큐텐측의 움직임에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30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큐텐의 11번가 인수를 위한 실사가 진행됐다. 통상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이 2~3개월 이상 지난 뒤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연말께 큐텐과 SK스퀘어의 협상 결과가 어떤 형태든 나올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큐텐은 앞서 11번가와 큐텐 양사 지분을 교환하는 주식 스와프 방식으로 11번가의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SK스퀘어에 전달했다.

그러나, SK스퀘어는 최근 11번가와 큐텐을 합병하는 대가로 큐텐 주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큐텐과 지난달 11번가를 공동 경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스퀘어가 11번가를 큐텐에 완전히 매각하는 대신 일부 지분은 남겨 향후에도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으로, 곧 큐텐을 같이 경영하자는 의미다.

그럼에도 SK스퀘어 관계자는 "구속력 있는 계약은 실제로 하나도 된 게 없다"거나, 공동 경영 추진에도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등 진전된 내용에는 선을 그었다.

큐텐의 11번가 인수 추진이 주목받는 까닭은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큐텐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수직상승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소매 판매금액 기준)은 ‘쿠팡(24.5%)-네이버(23.3%)-쓱닷컴·지마켓(11.5%)’ 순으로, 지금의 큐텐 연합에 4위인 11번가(7.0%)까지 합류한다면, 3위로 치고 올라올 수 있다.

그러나, 큐텐이 인수를 통해 유사한 오픈마켓 형태의 플랫폼만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이번 인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큐텐과 SK스퀘어 양사간 이해관계가 분명한 만큼 공동경영 협상은 성사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큐텐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해 11번가 인수가 필요하고, 11번가도 연내 상장 가능성이 낮은 만큼 재무적 투자자(FI)와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매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큐텐은 지마켓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2010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에 기반을 두고 운영해 온 이머커스 플랫폼으로, 지난해 9월 티몬에 이어 올해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까지 국내 오픈마켓 업체를 연달아 인수했다. 이어 최근엔 11번가까지 노리고 있다.

이러한 구 대표의 행보는 국내 시장을 염두에 두기보다는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큐텐은 현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심사를 받고 있다. 구 대표가 지난 2006년 지마켓을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킨 전적을 감안하면 11번가 인수 추진 역시 이러한 상장 계획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11번가 입장에서도 큐텐은 놓치기 힘든 ‘좋은 패’다. 지난 2018년 국민연금, 새마을금고중앙회, H&Q코리아 등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총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5년 뒤인 올해 10월 30일까지 기업상장을 진행하고, 실패할 경우 투자금에 연 8% 이자를 붙여 상환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큐텐은 통으로 완전히 경영권을 가져가고 싶은데, SK 측은 금액이 아까우니 일부라도 지분을 갖고 경영권에 참여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만약 공동경영으로 가는 방향으로 딜이 성사되더라고 실질적으로는 큐텐이 경영권을 모두 행사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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