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강성묵, 하나증권 IB·WM '심기일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02 15:52

3분기 실적 부진 심화...IB 충당금 확대 영향



정영균 부사장 영입...과제는 '초대형 IB' 인가



WM 법인 영업 강화...하나자산운용도 한 축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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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증권 사옥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취임 첫해부터 호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의 신속한 인사 조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첫 단추는 외부인사 영입이다. 하나대투증권·삼성증권 투자금융(IB) 출신이었던 정영균 부사장을 그룹장으로 선임해 내년 초대형 IB 인가에 대비한다. 하나대투증권 시절에 몸 담았던 경력이 있는 만큼 친정으로의 화려한 컴백인 셈이다. 또 법인금융상품1실장을 교체, 하나자산운용과의 시너지에 힘입어 법인 고객을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WM) 부문 강화를 노린다.


◇ 충당금발 적자전환에 체질개선 카드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의 올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전년 대비 31.13% 하락한 9조3452억원, 영업이익은 97.67% 줄어든 6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4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3분기에 이르기까지 누적된 IB 충당금 규모가 1834억원에 달한 것이 화근이었다. 올해 고금리 장기화, 유동성 감소 등 영향으로 증권업황이 침체한 영향도 있었다.

충당금 규모를 감안하면 하나증권의 사업성과가 작년에 비해 부진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임기 첫해부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 만큼 강성묵 대표의 경영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내년부터 증권업황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재의 부진을 만회할 만한 호실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체질 개선’을 단행할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 정영균 그룹장 앉혀 초대형 IB 추진


이에 강 대표가 가장 먼저 실시한 조치는 인사 단행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신임 IB그룹장으로 선임된 정영균 부사장으로, 이달부터 하나증권 IB의 총책임자가 됐다.

정 부사장은 지난 2007년부터 하나대투증권에서 인수금융 및 M&A 자문·주선 업무를 담당한 바 있다. 이어 2015년에는 삼성증권에 입사, 인수금융·구조화금융 파트를 맡아 투자금융본부장 상무이사까지 오르기도 했다. 다시 ‘친정’으로 돌아오게 된 정 부사장이 강 대표가 올해 취임사에서 밝힌 것처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해외 대체투자 중심 사업구조를 탈피, 전통 IB 분야를 강화하는 체질 개선을 완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미 취임 초기부터 정 부사장은 중대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원래 올 3분기를 목표로 추진했던 초대형 IB 지정과 발행어음 업무 신청 시점이 내년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초대형 IB는 지난 2017년 처음 인가를 받은 5곳(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이 전부인데, 이중 삼성증권에서 정 부사장이 IB본부장을 역임했다는 것은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IB 부서 외에도 법인영업본부 산하 법인금융상품1실 소속 이봉훈 부장이 실장직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이 실장 역시 하나금융투자 시절부터 수년간 기관 및 법인 대상 영업을 맡아 온 바 있다.


◇ WM 강화...하나자산운용도 한 축


하나증권의 법인금융상품1실은 우정사업본부, 교직원공제회 등 기관 및 기업들을 상대로 금융상품 판매 및 자산관리 서비스를 영업한다. 현재 하나증권의 WM 부문 개인·법인 등 고객 자산은 약 12조원 규모로, 지난 2021년 말(약 13조원)부터 조금씩 줄어들어 왔다. 그런 만큼 커다란 파이를 가지고 있는 법인 대상 영업을 강화해 WM 고객으로 흡수, 다시금 고객 자산을 확대하겠다는 강 대표의 의도가 엿보인다.

최근 하나UBS자산운용이 하나자산운용으로 이름을 바꾸며 하나증권의 완전 자회사가 된 것도 WM 부문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자산운용이 퇴직연금과 관련된 최적의 상품을 공급하고 계열 은행 증권 간 시너지 창출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말쯤 본격적인 조직개편 및 인사조치가 있겠지만, 하나증권이 IB그룹장이라는 중요한 인사를 신속히 발표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증권업황 침체기 동안 하나증권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졌던 만큼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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