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 내년 1월 출시 예정
보험료율 오를지도…보험사 "플랫폼 수수료 어쩔수 없어"
핀테크사 "비교 의미 퇴색돼 혁신성 무력화"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22개 생명보험사와 18개 손해보험사, 11개 핀테크사가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의 원활한 준비 및 운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각종 보험상품의 정보를 모아 한 곳에서 비교하고 추천해주는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가 내년 1월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실무 논의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소비자 편익보다 업권별 이해관계가 앞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업계 간 물밑싸움 여전한 협의체…수수료율 두고 샅바싸움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22개 생명보험사와 18개 손해보험사, 11개 핀테크사가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의 원활한 준비 및 운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기존에는 소비자가 보험사 홈페이지나 설계사·온라인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보험을 비교하고 분석한 뒤 가입했지만, 서비스 시행 후에는 네이버·카카오 등의 핀테크사의 플랫폼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추천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소비자가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는 보험업법상 플랫폼사가 이러한 서비스를 하려면 보험대리점 등록이 필요했지만 혁신금융제도를 통해 길이 열렸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7월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로 11개 핀테크사를 지정하면서다.
서비스 시행 후 우선 대상이 되는 보험 상품은 자동차보험, 해외여행자보험, 실손의료보험, 저축성보험 등 온라인 보험이다. 생보·손보사 협회와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협약에 앞서 데이터 표준화 논의를 통해 표준 API 명세서 등을 마련했고, 협의체 구성 후 내년 1월 19일 출시를 위해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보험사는 새로운 판매채널 확장으로 소비자 편의성을 증진하며, 핀테크사는 보험상품 취급으로써 사업영역을 확대하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다. 소비자로선 보험상품에 대한 선택권이 강화되는 부분에서 효용성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로 보험료를 절감하게 되면서 소비자 편익이 증가되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 수는 4000만명, 자동차보험 가입자수는 2500만명으로, 서비스 시행 후 이용자 유입 규모와 실효성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들춰보면 업계간 물밑싸움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특히 수수료율에 대한 논의가 넘어야 할 큰 산 중 하나다. 현재 보험사들은 플랫폼에 지불하게되는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보험료율 인상으로 대체할 것으로 논의하고 있다. 한 핀테크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플랫폼 입점 시 보험사로선 광고료를 줄이게 되는 효과가 있는데 수수료로 인해 보험료를 올린다는 것은 시장논리상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금융위가 정해준 수수료율 상한선에 맞춰 보험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자동차보험료의 경우 대형사나 중소형사별로 가격 책정은 전략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플랫폼 상품 보험료 올라가고 이에 대한 명시 방식도 '미정'
보험사들이 플랫폼 노출 상품의 보험료를 올릴 경우 핀테크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과 보험사 홈페이지를 통하는 것 등 경로에 따라 보험료 차이가 나게 된다. 이에 대해 소비자에게 명확히 안내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이를 언제 어떻게 밝힐지 명시 방식에 대한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보험업계는 "핀테크사들은 수수료를 제외한 가격을 보여주고 싶겠지만 보험사로선 GA(법인보험대리점)든 CM(온라인)이든 경로에 따라 다르게 수수료가 붙기에 이를 더해 팔 수밖에 없다"며 "어느 경로를 이용하든 수수료가 붙는 게 기본적인 보험사 구조다. 아무래도 플랫폼 수수료가 있다보니 소비자가 이를 감안해 가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핀테크사는 "가격을 한 곳에 모아 비교하겠다는 당초 의미가 퇴색되고, 혁신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며 "핀테크사가 앞서 제안한 개별 API 사용도 보험사가 반대하면서 불완전판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교성 등 이점을 놓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금융당국은 수수료율의 상한선을 정해준 뒤 이에 대한 논의를 각 보험사와 핀테크사에게 맡긴 상태다. 협의체로 참여하는 협회 측도 이는 각 사간 문제라고 설명했다. 서비스 협의체 관계자는 "MOU를 맺은 뒤 논의가 시작되는 과정에 있다"며 "추후 발생하는 문제는 대부분 협회가 개입하지 않는다. 개별사와 플랫폼사가 협의할 문제다"며 역할에 대해 선을 그었다.
결국 이러한 힘 겨루기 끝에 생겨나는 부담은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보험료 인상에 따라 수수료율이 붙은 가격으로 상품에 가입하게 되거나 이마저도 회사마다 책정한 수수료율이 달라 정확한 비교조차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결국 기존에 추구하려던 편리성과 편익이 무력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해당 서비스는 아직까지 온라인 상품 범위에 제한을 둔데다, 이마저도 추천받은 상품을 보험사 홈페이지로 이동해 가입해야 하는 불편 등을 따져볼 때 기존 보험상품 모음 서비스였던 ‘보험다모아’만큼의 효용을 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보험 소비자는 "보험사마다 개별 요율을 정해 보험료를 설정해 올려두면 서비스 실패라고 본다"며 "애초에 이용하는 방식인 홈페이지를 통한 가입이 더 저렴한데 플랫폼 이용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가격 혼동만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