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탄소중립과 철없는 파란 단풍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0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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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기후에너지부장.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40%로 삼되, 그 이상까지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지의 표명이다"

2년 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공식 행사에서 나온 한정애 당시 환경부 장관의 발언이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앞선 COP26 행사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 NDC를 40% 이상’으로 표현한 것에 대한 부연 설명이었다.

한국 대통령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설정 및 공식 발표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바로 직전 기존 NDC안인 2018년 대비 26.3%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서 40%로 17.7%포인트나 확대한 것이니 그럴 만도 했다. 당시 우리나라가 실제 UN에 제출한 NDC는 2030년 대비 37%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불과 2년 후, 국제사회에 천명한 한국의 NDC를 실행 가능할 것으로 믿는 전문가는 얼마나 될까?

최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이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내놓았다.

한경협은 자체 분석을 통해 국제사회의 낙관적인 기대 및 선언과는 달리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미국·인도·러시아의 2030 NDC 목표 달성이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와 실현가능성과의 간극을 나타내는 감축격차율에서 한국은 13개국 중 2위를 차지했다.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정책을 선도했었던 영국, 독일조차 당면한 에너지 위기 해결을 위해 석탄 등 화석연료로 회귀하는 등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현실도 드러났다.

영국은 일찌감치 지난 1979년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배출량이 감소에 앞장서 온 국가로 평가된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 대비 68% 감축하고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실제 행보는 이와 거리가 멀었다.

지난 7월 영국 정부는 에너지 안보 위기 극복과 에너지 자립을 달성하기 위해 약 100건 이상의 북해 원유 및 가스전에 대한 개발을 허가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영국 기후변화위원회의 최근 보고서에서는 "영국은 기후대응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상실했으며, 스스로 설정한 2030 NDC 목표 및 넷제로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고 자가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 같은 모습은 G20 국가 전체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모습이기도 하다.

올해 정기 국정감사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무경 의원은 G20국가들의 화석연료 발전량이 4개국을 뺀 총 16개국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에너지 전환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유럽국가에서도 화석연료 발전량이 2020년 1176TWh에서 2022년 1278TWh로 102TWh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NDC 목표 달성과는 역행하는 모습이다.

올 가을, 유독 단풍놀이객들의 실망이 크다고 전해진다.

단풍은 나무가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광합성을 멈추고 나뭇잎에서 초록빛을 띠게 하는 엽록소 농도가 줄어들어야 점차 붉은색을 띄는데, 올해는 늦더위가 이어져 단풍이 제때 옷을 갈아입지 못해 단풍색이 제대로 들지 못했다는 푸념이다.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위기는 생각보다 깊숙이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2050년 탄소배출 제로(0)를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과제는 무엇인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과제이니 ‘천천히 가자’는 속도 조절에 대한 요구인가, 아니면 우리가 설정한 목표를 가능한 빠른 시기에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정책방향의 전략적 조정에 대한 요구인가.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지성이 또 한번 요구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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