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05 11:32
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지난 10월30일에서 이달 2일까지 중국 베이징의 미세먼지가 최근 몇 년 동안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했다. 특히 이달 1일에는 초미세먼지가 250ug/Nm3로 기록됐다.기록적인 초미세먼지가 몇 일간 이어지자 베이징시는 중대 오염 수준으로 판단해 대기 오염 오렌지 경보를 발령했다. 우리나라도 중국으로부터의 미세먼지 유입이 우려됐지만 다행스럽게 이 기간에 남쪽 바다로부터 더운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중국 미세먼지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상황을 연도별로 살펴본 결과, COVID-19 사태가 시작된 2019년 이래로 2022년까지는 꾸준히 대기질이 지속적으로 개선이 됐다. 이는 중국의 봉쇄정책에 따른 산업 생산 감소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긍정적인 추세는 COVID-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으로 전환되면서 올해부터 전반적으로 다시 악화하며 2021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올 겨울에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이 우려된다.

특히 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 사용에 있어서 중국은 올 상반기에만 석탄 수입이 2억2000만톤 정도로, 지난해보다 93% 정도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중국 내 자체 생산량도 23억톤으로 지난해보다 4.4%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올 겨울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미세먼지 증가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올해 상반기 석탄 생산과 수입 증가는 방역 완화 이후 산업망 가동이 정상을 회복한 데다 올 여름 폭염에 따라 급증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IEA는 올해 중국의 연간 석탄사용량은 46억8000만톤으로 지난해보다 3.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올해 석탄사용량을 지난해보다 24%, EU는 17%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2.8%정도 줄어든 1억 1700만톤 정도의 석탄이 사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석탄 사용량 증가는 중국내 대기질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에 충분하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석탄사용량 증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중 간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5% 수준으로 꺾이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가 계속되고, 고용지표도 악화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성장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제조업 등 에너지다소비 산업에 대한 화석원료 사용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사회적 양극화 추세 확대로 급증하는 경제적 약자층의 난방 등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값싼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2020년 9월 제75차 유엔총회에서 2030년을 정점으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탄소감축 로드맵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기대난망이다. 이 계획이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2030년까지는 석탄에너지 중심인 에너지의 획기적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최근 베이징시의 미세먼지 대란 상황은 석탄에너지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내년 3월까지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에너지 위기로 번질 가능성까지 생겼다. 에너지원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중국과 같은 세계의 제조공장에서는 값싸고 효율이 높은 석탄에너지의 사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은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위축되고 대기오염 우려는 커진다. 에너지위기가 현실화되면 계절관리제를 통해 난방 수요가 커지는 겨울철에 석탄발전소 가동제한 등 대기질 개선을 위한 수단이 큰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올 겨울철 대기질 관리는 과거와는 달리 그간의 위기 대응 단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정과 에너지 위기 상황을 모두 고려해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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