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단장한 63런, 범용성에 포인트
여성리더 자리에 오른건 좋은 상사와 성실함
'진정성' 브랜딩 계속할 것…MZ와의 접점도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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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경 한화생명 브랜드전략팀 상무. |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한화그룹의 트레이드마크를 꼽아보자면 단연 서울 여의도의 63빌딩이 떠오른다. 이와 연관된 대표적인 행사로는 세계불꽃축제와 63빌딩 계단오르기 대회가 있다. 이 중 올해부터 ‘한화생명 시그니처 63런(RUN)’(이하 63런)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열린 63빌딩 계단오르기 대회는 참신함과 대중의 호응 모두를 잡은 한화생명의 간판 행사로 매년 이목을 끌고 있다.
코로나19를 지나 4년만에 성대하게 열린 이번 63런 행사 뒤에는 지난달 한화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여성 리더 중 한명으로 발탁된 최현경 한화생명 브랜드전략팀 상무가 있다. 워킹맘으로서 여성 리더 중 한 명이 된 최 상무는 본인 만의 브랜딩 철학으로 ‘고객에 보내는 최선의 정성’을 꼽았다.
최 상무는 지난 여름 오랜만에 열린 63런 행사의 기획자다.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63런 행사가 이전과는 대중성면에서 확실히 달랐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그는 "올해 범용성을 늘리는 데 신경을 썼다. 두명 이상 참가인 단체참여를 늘리고 행사는 63브랜딩 강화를 위해 6월 3일 개최로 리브랜딩했다. 네이밍도 63빌딩 계단오르기에서 63런으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적으로 더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 브랜드 쇄신에 나섰구나’하는 시선을 받고 싶었다"며 기획에 대한 의도를 전했다. 그러면서 "재개장하며 인원을 확대하는 게 괜찮을까 궁금해서 테스트하는 개념으로 먼저 오픈했는데 크루부문 신청이 선착순으로 마감됐다. 참가자들은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나 동창 모임, 스포츠클럽회원 등으로 꾸려졌다"고 부연했다.
63런 행사가 보험사인 한화생명을 알리는 것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최 상무는 한화그룹의 63빌딩이 한화생명과 접점도 높고 선호이미지를 형성하기에도 유효한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보험회사다보니 보험이라는 것에 대한 이미지를 쌓기 어렵다는 고민이 있었다"며 "한화생명에 대한 고객 선호도, 고객 경험도를 어떻게 개선할까라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민했다. 63빌딩이 정말 중요한 자산인데, 활용하고싶다는 의지가 있었고 불꽃축제 말고도 강력하게 63빌딩을 활용하기 좋은 행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의 경우 "기록부문이든 코스튬부문이든 매년 매니아층이 많아 대중적으로 행사를 좀 더 키울 수 없을까 하는 강도높은 고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63런 행사 진행 방향도 ‘대중성’에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최 상무는 "행사 참석 후 자녀를 데리고 전망대에 가거나 여의도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회사에서 마련한 야외공간에서 광합성하듯 쉬다가 가는 것을 보며 하나의 즐거운 나들이처럼 여겨지는듯 하다"며 "내년에도 날씨가 좋은 6월에 행사를 열어 63빌딩 주변 방문이 문화체험 등 좋은 경험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 같이 즐거움을 느끼는 과정에서 한화생명 선호도 긍정적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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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화생명 시그니처 63 RUN’ 행사 당시 모습. |
그는 여성 리더의 자리에 오르면서 팀원으로 일해 온 지난 날을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행사를 진행할 때 고수하는 원칙으로 ‘고객의 편안함’을 꼽았다. 최 상무는 "디지털마케팅과 온.오프라인 브랜드마케팅 활동을 진행해 왔는데 매번 ‘이 활동을 통해 뭘 얻을거냐’는 본질적 질문에 서게 된다"며 "궁극적으로 한화생명을 좋아하면 좋겠으나 고수하는 것은 ‘그 날 하루는 고객의 경험에 흠집나지 않고 큰 불편함 없이 좋은 경험이나 추억을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 정성을 다한다는 느낌을 주고자 한다"며 "불꽃축제 행사 진행 당시 안내하지 않은 장소에 주차한 뒤 클레임을 했을 때도 팀원들이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임원 자리에 오르는 데 있어 성과를 낸 대표적인 업무를 소개해달라는 질문에 최 상무는 ‘좋은 리더를 만난 것’과 ‘성실함’이라는 예상 외의 답을 꺼냈다. 그는 "나는 평범하고, 카리스마나 치트키가 없는 사람이다"며 "팀원들 덕에 이 자리에 왔다는 감사함을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워킹맘으로 일하면서 회사에서 워킹맘과 일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힘썼다. 성실하게 자기 책임을 다하는 평범한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제약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주고, 핸디캡이 아니라고 생각해 준 좋은 리더가 계셨던 것도 이 자리에 오르게 된 요소다"고 덧붙였다.
보수적이고 남성 위주인 기업이 많은 금융권에서 여성 임원의 탄생은 아직까지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최 상무는 후배들을 위해 더 성실하게 일했다고 설명했다. "제가 느끼기엔 금융권의 남성위주 문화도 최근 바뀌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대기업보다 스타트업이 더 빠른데, 사실 좀 더 빨라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워킹맘 후배들에게 안좋은 프레임을 씌우고 싶지 않아서 책임감을 다하며 일했다"고 말했다.
최 상무는 앞으로 진정성에 맞춘 브랜딩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라이프플러스라는 이름으로 고객의 이익을 플러스 시키는 브랜드 지향에 대한 진정성은 의심할 바가 없는데, 고객에게 이 것이 잘 전달되게 하기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암보험 상품의 경우 진단금이나 치료비만 주고 끝나는게 아니라 예방이나 사후 상황에 있어 해드릴 것이 없는지까지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MZ세대 손님을 위해서 계획하는 방향은 문화와 관련된 쪽이었다. 최 상무는 "아트페어와 관련된 행사를 진행하는데 자녀들을 보낸 부분이 인상적이었다"며 "MZ가 미술계 큰 손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실제 현장에서 보니 이 같은 현상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트에 있어 새 고객와의 라포를 형성할 만한 부분을 고민해보고 있으며 63빌딩에 들어오는 퐁피두를 통해서도 이 같은 기회를 노려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