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진전' 이뤘다는 바이든, 돌연 "시진핑은 독재자"…정상회담 찬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16 13:01

"건설적 대화였다"…군사 대화 재개·펜타닐 협력 등 주요 성과



기자회견 막판에 "시진핑은 독재자 맞다" 언급…中 반발 예상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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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한 미중 정상회담이 끝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또 다시 ‘독재자’라고 언급했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 약속됐던 양국간 협력에도 차질이 발생할지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가진 뒤 진행한 단독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을 독재자로 호칭하는 돌발 발언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려는 순간 한 기자가 ‘오늘(15일) 이후에도 시 주석을 여전히 독재자로 보느냐’라고 물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봐 그는 (독재자가) 맞잖아"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우리와 완전히 다른 정부 형태로 기반된 공산주의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독재자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가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발언을 바이든 대통령이 또 다시 재확인한 셈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한 모금 행사에서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칭해 중국 정부의 강한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주미중국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진지한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에는 중국 정부를 ‘악당’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이런 언급은 4시간 넘게 진행된 회담을 통해 얻어낸 성과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화딤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해온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 중 하나"라며 "우리는 일부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회담 성과로 중국과 펜타닐(마약성 진통제) 협력, 군대군(軍對軍) 대화 재개, 인공지능(AI)에 대한 양국 전문가 대화 추진 등을 언급했다.

그는 군사 대화 재개에 대해 "우리는 직접적이고 열려 있으며 투명한 소통을 복원하기로 했다"며 "중국이나 어떤 주요 국가와의 중대한 오판은 정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펜타닐 문제와 관련해 "(펜타닐) 유입량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것이고 문제 해결에 대한 시 주석의 의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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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던 시 주석의 사진을 보여주며 활짝 웃는 미중 정상(사진=화춘잉 대변인 엑스)


두 정상이 이날 회담에서 친밀감을 과시한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독재자라고 언급해 더욱 주목받는 상황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엑스(X·옛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웃으며 대화하는 사진과 함께 두 정상의 짧은 대화를 공개했다.

화 대변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금문교를 배경으로 한 휴대전화 사진을 가리키며 "이 청년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에 시 주석은 "오! 맞다"라며 "38년 전이다"라고 답변했다.

해당 사진은 1985년 샌프란시스코의 명소 금문교를 찾은 30대 초반의 청년 시진핑의 모습이었다. 당시 시 주석은 허베이성 정딩현 당 서기 자격으로 미국 농업과 목축 기술 견학 목적으로 아이오와주 농촌 마을을 방문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가 금문교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시 주석과 회담 도중에 자신과 생일(오는 20일)이 같은 날인 시 주석 부인의 생일을 축하했다. 그러자 시 주석은 상기시켜줘 고맙다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했다고 미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두 정상은 회담장으로 입장하기 직전 나란히 마주 서서 포즈를 취했고 악수를 나누며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최대 현안인 대만과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문제에 대해 온도차를 보였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항상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민감한 문제"라며 "중국은 발리 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긍정적인 태도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수출 통제 등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수출통제, 투자검토, 일방적 제재 등 지속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중국의 과학기술을 억압하는 것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중국 인민의 발전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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