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前 신한금융 회장, 은행연합회장 내정
4대 은행 중 30년 만에 협회장 탄생
최근까지 현업에 있으며 은행산업 이해
금융당국 등과 관계도 원활 "소통 기대"
▲은행연합회,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후보자.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낙점됐다. 그동안 관료 출신의 인물이 주를 이뤘던 은행연합회장 자리에 순수 민간 금융회사 출신의 인물이 낙점되며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후보자는 최근까지 금융지주 CEO(최고경영자)로 현업에 있으며 최근의 은행권 분위기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또 민간 금융사 출신의 인물이지만, 조 후보자가 그동안의 금융권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와 금융당국에 은행권의 목소리를 내며 업계 사정을 잘 대변해 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은행연합회는 16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제3차 회의와 이사회를 열고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을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사원총회에 단독 추천했다.
4대 은행 출신 중 은행연합회장이 탄생한 것은 30년 만이다. 김광수 현 은행연합회장은 이날 회추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투표하는 과정에 과반수 특표자(7표 이상)가 나와 만장일치로 추대했다"고 했다.
조용병 후보자는 1984년 행원으로 입행해 올해 3월 회장에서 물러날 때까지 신한금융에 몸을 담았다. 앞서 6년간 신한금융 CEO를 맡으며 신한금융을 리딩금융으로 성장시켰고, 리더십과 추진력 등의 역량은 이미 검증됐다고 평가된다. 이날 은행연합회 회추위는 "조 후보자는 금융산업에 대한 폭 넓은 이해와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은행산업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은행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가 올해 3월까지 신한금융 수장으로 있으며 현재 은행권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연일 지적하는 은행의 ‘이자장사’와 ‘상생금융’ 압박을 직접 겪은 만큼 은행권의 사정을 잘 대변해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 관에서 선출된 은행연합회장의 경우 은행산업을 공부를 통해 익히는 경우가 있었지만, 조 후보자는 직접 경험을 통해 은행산업을 잘 알고 있다"며 "금융당국과 소통 과정에서 메시지가 왜곡되는 경우도 많은데, 올바르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조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현업에 있으며 금융당국은 물론 은행산업 관계자들과의 관계도 원활해 은행연합회장 역할을 수행하기에도 제약이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은행연합회장은 금융당국과 은행권 사이에서 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관료 출신 인물에 대한 선호가 컸다. 민간 출신 회장의 경우 충분한 역할을 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조 후보자는 국내 최고의 금융지주 수장으로 경험을 쌓아오면서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 등에 대한 이해도도 높을 것이란 평가다. 최근 정치권,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독과점 등을 문제 삼으며 은행권에 대해 전방위적 공세를 벌이고 있는데 조 후보자가 이에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민간 출신이기는 하지만 조 후보자의 경우 인물에 초점을 두고 선출된 것 같다"며 "민간은 물론 관과도 충분히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조 후보자는 지난 3월 라임펀드 사태의 책임을 지고 신한금융 회장의 3연임을 포기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금융사고에 대한 총괄적인 책임을 이유로 물러난 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상징성이 더 큰 은행권을 대표하는 자리로 이동을 하는 것은 사퇴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의 사퇴 이후 이를 수습하는 것은 금융회사의 몫"이라며 "사퇴를 통해 책임을 진 만큼 새로운 자리에서 충실히 잘해 주는 것이 (조 후보자의) 새로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