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중국의 자원무기화, 실리 외교로 극복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0 08:26

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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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주도권을 쥔 핵심광물의 무기화가 점점 구체화 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핵심 원료인 갈륨. 게르마늄에 이어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인 흑연을 수출 통제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오는 12월 1일부터 고순도(순도 99.9%), 고강도, 고밀도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구상흑연과 평창흑연 등 천연흑연과 제품에 대해 수출 통제에 들어간다. 흑연은 배터리의 음극재 핵심 소재로 중국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핵심 원료 중 하나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용으로 많이 쓰이지만 용도는 다양하다. 내화물, 주조용 도가니, 브레이크 패드, 오일씰, 도료, 제강, 윤활제, 수지 등 국민경제 기초산업에도 사용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세계 흑연 생산량의 90%는 중국(69.7%), 브라질(10.0%), 캐나다(4.5%), 인도(3.9%), 우크라이나(2.2%) 등 5개국에서 생산된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제재부터 시작됐다. 이어 중국은 지난 8월1일부터 차세대 반도체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을 허가 없이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이 다시 중국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터. AI 등 3개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자 중국은 다시 흑연이라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공급망 동맹에 맞서 흑연에 이어 희토류도 수출 통제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광물 수급을 틀어 쥔 중국은 글로벌 자원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최근 개최한 일대 일로(一對 一路) 정상 포럼에서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10여개국과 핵심광물 협정을 체결했다. 또 기니(철광석), 인도네시아(니켈), 카자흐스탄(텅스텐), 에리트레아(칼륨), 아르헨티나(리튬), 콩고(구리·코발트) 프로젝트에서도 협정을 맺었다.

중국이 수출 통제 광물을 하나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공급망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럽연합(EU)의 핵심 원자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희토류 17종을 포함 핵심 원자재 51종 가운데 중국이 세계 점유율 1위인 광물은 2020년 기준 3분의 2에 가까운 33종에 달한다. 희토류 중 네오디뮴을 비롯해 란타늄, 세륨 등 희토류 5가지는 중국이 세계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의 손아귀에 세계 희토류 생산이 달려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전동 스티어링과 구동 모터, 부품 및 센서 등에 사용되고 소비자용 가전인 카메라, 스피커, 마이크, 에어컨, 냉장고 등에, 전자제품으로는 하드디스크, 휴대폰, 전동공구, 엘리베이터, 의료산업은 MRI, 임플란트 등에도 쓰인다. 문제는 현재까지 대체재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희토류 영구자석 중국 의존도는 평균 90%(2018년 94%, 2019년-2020년 93%, 2021년 90%, 2022년 89%, 올 상반기 85.8%)로 조금씩 줄어 들고 있지만, 수입량은 4000톤에서 7000톤으로 50% 넘게 늘어나며 전체 중국 의존도는 줄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3년 상반기 특정 의존도 품목 수입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들여오는 주요 수입 품목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배터리 핵심 품목의 중국 의존은 절대적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첨단산업의 원재료가 중국의 공급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반도체 생산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는 올 상반기 1570만달러를 수입했는데 이 중 79.4%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왔다. 배터리 제조용 원료는 더 심각하다. 인조흑연(93.3%), 탄산리튬.수산화리튬(82.3%), 니켈.코발트.망간 산화물의 리튬염(96.7%), 니켈.코발트.망간 수산화물(96.6%) 등은 대부분이 중국에 의존한다.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은 한국이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중국이 뒤쫓는 형국이다. 중국의 이번 흑연 수출 통제 조치가 질주하는 우리 배터리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따라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국내에서 정련 등 가공에 따른 환경 규제를 풀고, 생산기술력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중국외 국가(흑연의 경우 베트남, 인도, 브라질 등)으로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보다 치밀한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중국과 갈등을 최소화해 원자재 공급 통제 등 무역 분쟁 소지를 줄이는 실리 외교를 적극 펼쳐야 한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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