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마약수사 잇단 허탕에 ‘검수원복’ 탄력받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1 15:57

권지용, 모발 이어 손발톱 정밀 감정 결과 마약 음성 반응



한동훈, 최근 "마약 단순 투약 검찰 직접 수사 허용해야"

2023112101001260200061971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이 6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받기 위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 사무실이 있는 인천 논현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의 마약 수사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배우 이선균(48)과 가수 지드래곤(권지용, 35)의 마약 투약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물증확보에 잇따라 실패한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마약 수사권 확보 이후 본격적인 관련 수사의 신호탄으로 최근 이선균·지드래곤 권씨의 마약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경찰이 마약 수사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이들의 지명도만 믿고 구체적인 단서 없이 의욕만 앞세워 섣부르게 수사하다가 낭패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이 이들 수사에서 정확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해 이처럼 수사 난관에 봉착하면서 마약 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권을 검찰에 되돌리는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귀)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최근 지드래곤 권씨의 모발과 손발톱을 정밀 감정한 결과 마약 음성 반응이 나왔다고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지난 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 혐의로 인천논현경찰서에서 첫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당시 권씨에 대한 간이 시약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오자 모발과 손발톱을 추가로 채취해 국과수에 정밀 감정을 의뢰한 바 있다.

이선균씨도 지난달 28일 첫 소환 당시 간이 시약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은 데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다리털 정밀검사에서도 "감정 불가능"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A씨가 나를 속이고 마약을 줬다. 그게 마약인 줄은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서울 강남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마약을 투약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하는 과정에서 지드래곤과 배우 이선균(47)씨 등의 마약 혐의를 포착했다.

그러나 경찰이 확실한 물증 없이 유흥업소 여성 A(29)의 증언만으로 수사에 착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뚜렷한 단서 없이 무리한 수사를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의욕이 앞선 경찰이 유명인의 이름만으로 수사를 밀어붙인 ‘예고된 실패’라는 것이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마약 단순 투약 수사를 검찰도 담당할 수 있도록 ‘검수원복’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한 장관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예산안 심사 자리에서 ‘마약 관련해 경찰과 검찰의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현재 소위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 이후로 검찰은 마약 단순 투약 수사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량 거래하는 정도만 잡는다"며 "상식적으로 단순 투약부터 망선을 치고 올라가서 잡는 것인데, 그 부분 구멍이 뚫렸다. 경찰이 대단히 노력하지만, 검경이 같이했을 때 보다야 성과가 적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단순 투약을 검찰의 직접 수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분야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부분 (단순 투약 부분 수사권) 복원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윤 청장은 "의원의 질의와 법무부 장관의 답변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고 동조했다.

한 장관의 발언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검수완박’(검찰수사권완전박탈)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5월 공포된 검수완박 법안으로 인해 검찰의 수사권은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및 경찰관련 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축소됐다.

검찰의 마약수사권도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가액 500만원 이상의 마약류 밀수 범죄만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법무부가 지난해 9월 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를 ‘경제범죄’로 정의해 가액의 제한 없이 밀수와 유통 범죄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지만 마약 소지와 보관, 투약 등 범죄는 여전히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에서 빠져있다.

실제로 검수완박 이후 지난 9월까지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섰다. 관세청의 마약 밀수 단속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501건, 493kg 상당의 마약류가 국경 반입 단계에서 적발·단속됐다. 마약 밀수 건당 적발 중량(3분기 기준)은 올해가 985g으로 2020년(229g), 지난해(680g)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마약 범죄의 수법도 점차 조직화·지능화하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력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경찰이 마약 수사권을 이관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좀 더 지켜본 뒤 검수원복을 논의하는 것도 늦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마약만 별도로 관리하는 독립적인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성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국내 마약 단속 권한은 경찰·검찰·해양경찰·관세청 등으로 분산된 형태이기 때문에 수사를 할 때마다 공조를 요청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ysh@ekn.kr
윤수현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