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정부 감세안·관세폭탄 中원자재 직격탄
국내외 배터리사 확보 비상…韓소재 반사이익
포스코퓨처엠, 광양·加 양극재공장 ‘절호 기회’
에코프로, SK온에 대량공급 계기 美·유럽 공략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와 양극재.
미국의 배터리 공급망 '탈중국' 기조가 강화되면서 한국 배터리 소재기업에 '반사이익' 효과가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IRA(인플레이션감축법) 개정을 포함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에 서명했다. 이 법안에는 중국 등 '금지외국기관(PFE)'에서 생산된 배터리 원자재에 대해 미국 내 사용을 강력히 제한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당장 내년부터 미국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에 중국산 핵심소재가 일정 비율을 넘으면 세액공제 등 각종 인센티브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비중국산 원재료 비율은 2026년 60%에서 단계적으로 증가해 오는 2030년 이후에는 85%를 넘겨야 한다.
게다가 지난 20일 미국이 중국산 이차전지 음극재에 100%에 육박하는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수입 중국산 음극재에 9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미국 정부의 잇단 대중 제재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3사를 비롯한 글로벌 배터리업계의 배터리소재 수급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은 세계 배터리 전구체 시장의 약 85%를 점유하고 있고 양극재 소재 제조 능력도 85% 이상을 차지한다. 또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전구체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90%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글로벌 배터리기업의 대중 의존도 상황에서 업계는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 등 국내 소재기업들을 주목하고 있다.
두 기업은 자체 소재 생산력을 갖고 있어 미국 정부의 제재를 벗어날 수 있는 핵심 탈출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포스코퓨처엠이다. 최근 포스코퓨처엠은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을 통해 시설 투자에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자금은 광양 전구체 공장 준공, 캐나다 GM 합작 양극재 공장 신축, 음극재 신사업 투자 및 원료 내재화 등에 활용될 계획이다.
실제로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6월 전남 광양시 율촌산업단지에 연간 4만5000톤 규모 전구체 공장을 준공했다. 이는 국내 전구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산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탈중국' 흐름의 상징적 행보다.
더불어 포스코퓨처엠은 음극재용 '구형 흑연'의 국내 생산도 이뤄냈다. 대부분이 중국산이던 구형 흑연을 국내 공장에서 양산해 자체 음극재를 생산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OBBBA 서명, 중국산 음극재 반덤핑 관세 부과 등 탈중국 공급망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며 “포스코퓨처엠은 비중국 음극재의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현실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이 대규모 유상증자와 생산시설 확충 등 공급망 내재화와 설비 투자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면, 에코프로의 경우 적극적인 공급계약 체결로 국내외 고객사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6일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올해 하반기부터 SK온과 수산화리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물량은 최대 6000톤으로, 이는 전기차 약 10만대 생산에 투입될 수 있는 규모다. 양사는 수산화리튬을 향후 2~3년간 추가 공급하는 장기 계약도 연내에 추진할 방침이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국내 대형 배터리 셀 업체에도 수산화리튬을 공급한 데 이어, 이번 SK온과의 계약을 통해 고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윤태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대표는 “금번 개정된 트럼프 정부의 OBBBA로 Non-China 리튬 원료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돼 이번 협약을 계기로 북미 및 유럽향 고객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