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자영업자 ‘곡소리’...178만명 빚 돌려막는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2 13:51

자영업 다중채무자 금융기관 대출잔액 744조 육박



다중채무자 연체액 13.2조원...1년 전보다 2.5배 급증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 47.5% 늘어...카드사 연체율↑

대출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에서 한 고객이 상담을 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고금리, 고물가에 서민들과 자영업자의 빚 부담이 커지고 있다.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년새 50% 불었고, 자영업 다중채무자들의 연체액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말(700조6000억원)보다 6.2% 증가한 수치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는 177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3.2% 늘어 역대 가장 많았다.

1년 새 연체액과 연체율도 모두 역대 최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연체액은 13조2000억원으로 작년 2분기 말(5조2000억원)의 약 2.5배 수준으로 불었다. 이 기간 연체율도 0.75%에서 1.78%로 상승했다.

한국은행

▲(자료=양경숙 의원실)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18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1분기(4억3000만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이 자료에서 연체액은 원리금을 1개월 이상 갚지 못한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액 전체를 뜻한다. 한국은행은 사실상 추가로 대출이 불가능한 다중채무자의 특성상, 해당 대출자가 보유한 모든 대출을 잠재적 최대 연체액으로 간주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체율은 이렇게 추산된 연체액이 전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빚을 돌려막는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도 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카드 9개사(롯데, BC,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 NH농협카드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4903억원이었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1조101억원) 대비 47.5% 늘었다. 직전 달인 올해 9월(1조4014억원) 대비로는 6.3% 증가했다.

카드론 대환대출은 카드론을 받고 제때 갚지 못해 연체한 차주가 카드사로부터 상환 자금을 재대출받는 상품을 주로 뜻한다. 대환대출을 받으면 연체 위기에 놓인 차주는 당장의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기존 카드론보다 금리가 높아지고, 신용등급은 하락한다. 중·저신용자들이 다른 업권에서 대출받기 어려워지면서 카드론, 리볼빙 등으로 많이 유입된 가운데 카드론 대환대출이 확대됐다는 것은 상환능력이 취약한 차주가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상환 능력이 약화된 차주들이 늘면서 카드사들의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전업 카드사 7곳의 카드론 대환대출을 포함한 평균 연체율은 1.67%로 작년 동기(1.07%) 대비 0.60%포인트(p) 상승했다.

양경숙 의원은 "빚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자영업 다중채무자들의 경제적 상황이 1년새 급격히 악화됐다"며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자영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이자부담 경감방안을 도출하고, 정부는 자영업 다중채무자들의 채무상환 능력을 파악하면서, 이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부채를 갖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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