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표 ‘3% 성장론’] 전문가들 실현 가능성 갑론을박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6 10:02

"재정 지출 확대 땐 되레 부작용" vs "산업 전환, 소비 진작 등에 도움"



"경제 성장률 올리려면 고학력 이민 수용·여성 인력 활용 확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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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최근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 성장론’을 내세워 정치권에서 주목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성장률 3%를 달성하기 위해 연구기술 개발, 신성장 동력 발굴, 미래형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으며 기술혁신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민간 부문의 수요 부족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소비 진작책도 제시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가 내놓은 ‘3% 경제 성장’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할수록 3%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기는 어렵다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다만 이 대표가 제시한 정책에 대해서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비판이 있는 반면 경제 성장에 도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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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제시한 주요 경제 정책.


◇ "재정 지출 확대하면 오히려 부작용" vs "산업 전환, 소비 진작 등에 도움 될 것"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최근 ‘3만원 청년패스 정책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본격적인 ‘이재명표 3% 성장론’ 행보에 나섰다.

이 대표는 ‘재정지출 확대’를 주장하며 구체적인 부양책으로 △청년 3만원 패스 신설 △3조원 이자 부담 줄여주는 금리 인하 프로그램 △1년 임시소비세액 공제 △전세대출 이자 부담 완화 등을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재정 지출 확대에 대해 고금리 충격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를 줄이고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것이 최우선인데 취약계층의 이자율을 감면하는 방식으로 가면 통화정책의 매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준 금리가 높은 상태에서 소비자들이 대출을 상환하고 지출을 줄여야 국내의 상품 가격인 물가 수준이 하락한다.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 기준 금리를 낮추면 통화정책의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을 뿐 아니라 가계 부채도 감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석 교수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록 경제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이 대표의 정책은) 지금 추진할 정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산업을 확대하자는 것은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에 투자하자는 것인데 우리는 궁극적으로 핵융합 발전을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원전은 핵융합 상용화 전 단계, 즉 과도기적 차원에서 원전을 이용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에만 투자하면 에너지 가격을 폭등시킬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기를 반짝 살리려고 재정을 풀었다가 각종 후유증이 생길 것"이라며 "각종 (현금)살포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일으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재정 지출을 늘려 경제 성장률 3%에 도달한다고 해도 당장 앞으로 내년, 그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면서 "규제 완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성장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외 경제기구들인 국제통화기금(IMF)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물가 안정을 위해 거시 경제 정책은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라 곳간을 풀기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재정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급속한 고령화로 복지지출 등 재정수요가 늘면서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빠르게 늘고 있는 의무 지출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장기적 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제시한 산업 정책이 도움이 된다고 보는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이 중장기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고착화됐는데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 (이 대표가 제시한) 연구개발 투자나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의 산업 정책은 일반적으로 경제학계에 도움이 된다"며 "다만 지금 당장 3% 보장을 할 수 있느냐 구체적으로 어떤 산업을 전환할 것이냐 이런 부분이 있지만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 진작책도 일반론적으로는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된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의 돈을 가용할 수가 있느냐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의 곳간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재정 정책을 쓰기 위해서는 국채 발행을 해야 한다"며 "중요한 포인트는 가장 효과가 있는 부분을 찾아 집중해야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경제성장률 3% 실현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상병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1.5% 정도 보고 있고, 내년에도 그 정도로 보고 있다"며 "2배 정도 올리겠다고 (이 대표가) 하는데 물론 쉬운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나라만 경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다 어렵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이 더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이재명 대표는 경제 성장을 시킬 수 있는 정책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3%는 어려울 수 있지만 야당 대표로서 그런 정도의 약속은 할 수 있고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집권 국민의힘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비판해서는 안된다"며 "대통령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정당에 정책과 방향이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한미 관계, 한중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듯이 야당이라고 하더라도 (현 정부와) 다른 정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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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 성장률 추이. 출처=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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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이. 출처=OECD


◇ "인구 절벽에 성장률 올리기 쉽잖아…고학력 이민 수용·여성 인력 활용 확대 불가피"

하지만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돈을 푸는 단기적 부양책보다는 근본적인 경제 구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시적인 소비 진작은 장기적인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화나 규제 개혁을 통해 경제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너무 성장률에 사로 잡혀선 안된다. 한국만큼 성장률을 관리하는 나라는 없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고전적인 주력 산업인 중공업, 제조업 분야들이 생산성과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산업 정책이 필요하다"며 "2000년대 이후로 실물이나 R&D(연구개발) 투자를 너무 안 했기 때문에 이를 끌어내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인구 문제로 성장률이 빠르게 추락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 이민자를 받아야 한다는 것에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민자를 데려다 쓰고 돌려 보내는 인력이 아닌 한국 내부에서 고급 인력으로 육성할 수 있는 유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석 교수는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인구를 늘려야 한다. 결국에는 무조건 이민자들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고학력 이민자를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인재들이 우리나라에서 교육만 받고 떠나지 않도록 한국에 눌러 앉힐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도 "적극적인 이민자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민자에 대해서 다들 저숙련 노동자에 대해서만 생각하는데, 미국이 저숙련 노동자가 들어가는 것도 크지만 고급 인력도 미국에 많이 정착했다"며 "그런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예를 들면 대학에 보면 제3세계나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에서 (미국의) 고급 주에 유학을 많이 오는데, 미국에서는 그런 사람을 정착시킨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출산율을 높이자는 정책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 뿐 아니라 가치관의 변화도 있는 상황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민자 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 역시 "이민을 받아야 한다"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도 저임금 노동자보다는 미국처럼 엔지니어, 시스템, 테크놀로지, 매스매틱스 등 직종의 고숙련 이민자들을 체계적으로 받기 위한 유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민자를 받았을 경우 극심한 사회적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박 교수는 "이민 정책은 무조건 필요하지만 이민 정책을 공식화하기에는 한국 문화가 아직 너무 배타적"이라면서 "정치인이 섣불리 얘기하면 감당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민 확대가 본격화된다면 1등, 2등, 3등 시민이 나뉘면서 사회적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도 "이민자를 받는 것은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이라며 "우리나라는 다른 인종에 배타적이라 사회적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여성 노동시장의 참여율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석 교수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 인력의 활용이 중요하다"며 "특히 취학 연령의 자녀가 있는 여성은 직장을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취학 연령의 자녀가 있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가장 저조한 수준"이라며 "그런 여성 인력을 잡아 둘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여성의 고용률 제고는 생산력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서 "여성 노동시장의 참여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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