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 신경전 벌이는 이복현-이재명...은행은 살얼음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6 12:26

금융위원장-금감원장, 27일 17개 은행장과 회동



지주 간담회 이후 일주일만...'상생금융' 요구할 듯



여야 압박에...KB금융지주 회장 '사회와 상생'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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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세 법안이 통과되면 은행이 부담해야 할 횡재세는 연간 2조원에 달한다.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횡재세’ 법안을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충돌하면서 금융사들의 눈치 보기가 계속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상생금융이 ‘일회성’ 이벤트인 반면 횡재세 법안의 경우 이중과세 소지가 있는 만큼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김주현-이복현, 27일 은행장과 회동...'상생금융' 메시지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27일 17개 은행장들과 만난다. 이 자리에는 주요 시중은행을 비롯해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3곳, 외국계은행 2곳 등이 모두 참석한다.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이 이달 20일 국내 8대 금융지주사 회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일주일 만에 시중은행장을 만나는 만큼 상생금융 관련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정부와 야당에서는 한 목소리로 고금리 기조 속 은행권의 초과이익을 비판하고 있다. 다만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금융사가 지난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순이자수익을 거뒀을 때 해당 초과 이익의 4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내게 하는 횡재세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은행이 부담해야 할 횡재세는 연간 2조원에 달한다. 반면 김주현 위원장과 이복현 원장은 금융회사에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 범위에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이복현 원장과 이재명 대표는 서로를 향해 날선 발언을 쏟아내면서 금융사들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이달 22일 "금융위원장, 금감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서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면서 부담금을 좀 내라는 식의 압박을 가했다"며 "‘윤석열 특수부 검찰식’ 표현으로 하면 이런 것이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발언 직후 이복현 원장은 23일 "최근 논의되는 횡재세안은 개별 금융기관 사정에 대한 고려가 없고 일률적이며 항구적으로 이익을 뺏겠다는 내용이 주된 틀"이라며 "금융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금융권은 눈치보기...양종희 회장, 재임기간 1순위로 ‘상생’ 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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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를 향한 날선 비판이 쏟아지면서 금융지주사들은 ‘상생’에 올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횡재세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이중과세 소지가 있는 만큼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금융사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는 선에서, 기존 제도를 손보는 방식이 적절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법)에 따르면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는 2021년부터 서민에게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공급하고자 가계대출 잔액의 0.03%를 정책서민금융 재원으로 출연하고 있다. 정책서민금융 재원의 최대 한도는 0.1%다. 가계대출이 늘면 금융사들이 출연하는 서민금융 재원도 증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당 법에 따라 은행권은 1200억~1300억원을 정책서민금융 재원으로 출연하고 있기 때문에 횡재세법이 통과되면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며 "정부가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를 대상으로 일부 원금이나 이자를 탕감하는 채무재조정을 실시하면 소비여력이 늘면서 가계부채 위기가 심화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여야 가리지 않고 금융사를 향한 날선 비판이 쏟아지면서 금융지주사들은 그야말로 ‘상생’에 올인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최근에 취임한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이달 21일 취임사에서 재임 기간 최우선순위로 ‘사회와 상생’을 꼽은 것이 대표적이다.

양 회장은 "KB금융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영역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소통하겠다"고 했다. 통상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취임사에서 아시아 최고 금융그룹 등의 중장기 목표를 제시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양 회장의 해당 발언은 금융사의 호실적을 비난하며 ‘상생’을 압박하는 금융당국의 현 기조를 고려한 행보로 해석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회와 상생을 하기 위해서는 호실적이 바탕이 돼야 하는 만큼 상생이라는 단어에는 경영을 잘 하겠다는 의미가 숨어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횡재세에 난색을 표하는 금융사와 달리 국민들의 상당수는 횡재세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횡재세 도입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답변이 70.8%였다. 반면 횡재세 도입에 반대한다는 답변은 15.9%에 그쳤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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