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투자자의 ‘악몽’ 홍콩H지수가 뭐길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8 15:34

샤오미 등 中 기업 50개 추려 산출한 지수

미 긴축정책 중국 부동산 리스크 등에 휘청



'H지수 급등락' 이번에만 일어난 일은 아냐

2007년·2015년 고점 대비 68%·45%씩 급락

2021년 이후 1만2000P에서 4938P까지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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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증권거래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양성모 기자] 홍콩H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예상되면서 금융당국이 실태조사에 나섰다. H지수는 그간 급등락이 반복되며 관련 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낭패를 봐왔으며 올해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만 최소 3조원대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어 투자자들도 긴장 중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H지수는 전날보다 1% 이상 하락하며 장중 6000포인트가 다시 무너졌다.

H지수는 그간 굵직한 대외 이벤트에 크게 흔들리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리먼브더러스 파산에 따른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세계 증시가 휘청이던 2007년 11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12개월 간 H지수는 최고 2만609포인트에서 최저 6611포인트로 고점 대비 67.9%가 하락하는 극심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이어 2015년 5월부터 2016년 2월까지 9개월 간 이어진 유동성버블 붕괴 당시 H지수는 고점은 1만4537포인트를, 저점은 7916포인트를 기록하며 45.5%의 변동률을 보였다.

2015년 당시 금융투자업계는 H지수 ELS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증가 중인 데다 H지수와 연계되는 상품이 잇달아 만들어지자 총 발행 잔액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자율규제안’을 마련한 바 있다. 2015년 11월 당시 36조5000억원 수준이던 발행 잔액을 2017년까지 25조원대로 10조원 이상 감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2021년 1월부터 시작된 유동성 장세와 이후 긴축 행보에 따른 주가 조정은 현재까지 H지수를 크게 흔들고 있다. 2021년 당시 고점은 1만2000포인트였으나 2022년 10월 31일 H지수는 4938.56포인트를 기록하며 2008년 10월 이래 최저 수준까지 하락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H지수는 극심한 변동성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월 3일 H지수 종가는 6833포인트에서 1월 27일 7773.61포인트로 소폭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10월 들어 6000포인트가 깨진 바 있으며 이후로도 6000포인트를 중심으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22년 2월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투자심리 위축으로 H지수는 약세를 이어왔고,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투심을 급격히 위축시켰다. 이는 고물가 고착화 전망 속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통화긴축 장기화 우려가 확산됐고, 그 결과 위험자산에 대한 투심이 급격히 얼어붙은 탓이다.

H지수가 대외변수에 이처럼 추풍낙엽인 이유는 경기흐름에 민감한 종목들이 다수 상장돼 있어서다.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H주) 중 50개 기업을 추려 산출한 지수다.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중국은행 등 국영 금융기업을 비롯, 샤오미, 텐센트 홀딩스, 알리바바그룹 등이 포함돼 있다. 중국의 부동산 리스크 등 우려는 중국의 금융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고, 샤오미와 알리바바 등은 경기 흐름에 따른 투자심리에 민감하다.

김경환 하나증권 연구원은 작년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H지수는 금융과 경기민감(시클리컬) 업종의 비중이 높다"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의 긴축 장기화와 중국의 경기둔화 등 악재가 겹치면서 H지수 또한 직격탄을 맞았다는 거다.

지난해 3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주가가 급락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김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홍콩시장 내 비중이 높은 유럽계 자금(외국인 40%중 3분의 2추정)이 급격히 유출했다"며 "전인대에서 홍콩증시 시가총액의 70%를 차지하는 서비스 및 소비 분야에 대한 조치가 기대를 하회했고, 중국 ADR 상장폐지 공포 등도 주가 급락으로 연결됐다"고 평가했다.
양성모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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