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ELS 원금 손실…공포 계속되는 이유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8 16:04

홍콩H지수 롤러코스터…한때 2만 지금은 5천



2008년 2015년 이어 세번째 녹인구간 진입



은행권 주력하는 'ELS기반 파생상품' ELF·ELT 판매



KB국민·우리·신한·하나·NH 등 불완전판매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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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에 먹구름이 끼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ELS(주가연계증권) 투자자들이 또 원금 손실 가능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홍콩H지수(HSCEI)를 기초로 한 ELS가 대거 손실 구간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은 거의 매년 되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ELS에 대한 위험성이 투자자들에게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 홍콩H지수, 하락세 뚜렷…툭하면 원금 위협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최근 홍콩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주요 은행과 증권사에 대한 서면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현장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ELS(Equity Linked Securities)는 기초자산 가격이 만기(통상 3년)까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하는 파생 상품이다. 미리 정한 수준보다 가격이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거나 지수를 자산으로 만드는 상품으로, 최근 문제가 된 것은 홍콩H지수와 연계해 움직이는 ELS다.

홍콩H지수와 연계한 ELS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증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국내에서 첫 ELS가 출시된 뒤 이어 2005년부터는 주요 지수와 연계한 ELS가 앞다퉈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ELS의 원금손실 리스크가 시장에 불거졌다. 2007년 2만선 돌파를 바라보던 홍콩H지수가 2008년 한해동안 6000선까지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이후 홍콩H지수는 1만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다가 2021년 중순 이후 1만선을 하회하기 시작하며 대세적인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에는 6000선을 중심으로 그래프를 그리는 중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ELS는 투자자들에게 원금 손실위기를 겪게 하는 일이 많았다. 지난 2008년 지수 폭락 당시에는 출시 한 달 만에 녹인구간에 진입한 홍콩H지수 연계 ELS가 등장해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해당 기간 지수가 40%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한 ELS의 손실 문제는 이후 시장에서 사라진 적이 없다. 지수 자체가 꾸준히 떨어지다보니 관련 상품의 리스크도 매우 커졌다.

지난 2015년에는 각 증권사의 협의로 새로 ELS를 발행할 때 홍콩H지수를 기초 자산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 증시가 단기간에 폭락하며 홍콩H지수도 40%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홍콩H지수는 2015년 1만3000선을 고점으로 1년 뒤 8000선까지 떨어졌다.

최근 문제가 되는 홍콩H지수 연계 ELS는 3년 전에 발행한 상품들이다. 3년 전인 2002년 홍콩H지수는 1만선에서 등락하고 있었다. 이후 2021년에는 1만2000선까지 오르며 일부 ELS는 조기상환 직전까지 가기도 했지만 다시 지수가 하락하며 투자자들은 원금손실 가능성에 노출됐다.


◇ 증권사보다 은행이 더 위험… ELS·ELT 주의해야


한편 최근 문제가 되는 홍콩H지수 연계 ELS의 원금손실 가능성은 증권사보다 은행을 통해 투자한 사람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중 15조8860억원어치가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 4조7726억원, 농협은행 1조4833억원, 신한은행 1조3766억원, 하나은행 7526억원, 우리은행 249억원 순이다.

사실 ELS는 은행에서 판매할 수 없다. 이름대로 증권상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ELS를 묶어서 펀드(ELF·Equity Linked Fund)나 신탁(ELT·Equity Linked Trust)의 형태로 만들어 은행권에서 판매하고 있다.

은행 고객층은 증권사와 달리 투자성향이 공격적이기보다는 안전추구형인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원금손실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팔다보니 실제보다 위험을 축소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최근 홍콩H지수 연계 ELS를 두고 불완전판매 문제가 크게 부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리스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증권사 고객수보다 안전 추구형인 은행의 고객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며 "이 때문에 ELS가 실제 위험보다 과소평가 된 상황에서 팔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콩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지수연계형 ELS에 대해 안전한 투자상품라는 인식이 많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상품의 출시와 판매처, 판매방식 등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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