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부터),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 박형준 부산시장,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을 비롯한 대표단이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 개최지 투표 결과 부산이 탈락하자 아쉬워하는 모습.연합뉴스 |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은 중앙과 지방 정부, 민간이 함께 지난 500여일간 지구 495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이동하고, 투표 직전까지도 국제박람회기구(BIE) 대표 국가들을 상대로 총력 유치전을 벌였다.
그러나 사우디 ‘오일머니’ 장벽을 끝내 뚫지 못했다.
한국은 최소 결선 투표까지 가겠다는 전략에도 예상보다 큰 표 차이로 뒤지면서 역부족을 실감했다.
한국은 새 정부 출범 초반인 지난해 7월 민관 합동 유치위원회를 구성해 경쟁국들보다 유치전에 늦게 뛰어들었다. 후발주자인 데다 종교나 지역 기반 표밭이 없는 탓에 초반 열세라는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범정부 유치 활동상을 보면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과 각종 국제행사 등에서 90여개국, 500명 이상 인사를 만나 부산 지지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이 국빈 방문 등을 통해 직접 찾은 국가만 10여개국에 달하며, 특히 지난 6월 BIE 총회에서 직접 부산 홍보 프레젠테이션(PT)을 하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90여개국 150명 이상 인사를 만나 교류하며 기회가 날 때마다 부산 지지를 요청했다.
한 총리는 9월부터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해외 순방을 하며 BIE 회원국들을 직접 방문해 표심을 훑었다. 이 과정에서 비행기에서 숙박하는 강행군이 잦았고, 공식 면담 일정을 잡지 못했던 회원국 고위 인사를 공항이나 비행기 안에서 만나 붙들고 부산 지지를 설득하는 일도 있었다.
윤 대통령과 한 총리는 또한 정상급 인사들에게 전화 통화로도 지지를 요청했다.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주요 부처 장·차관들도 각국 출장 때마다 힘을 함께 보탰다.
이번 엑스포 유치전을 민간 기업들이 함께 주도했다는 점도 한국 특징으로 꼽혔다. 한 총리와 함께 부산 엑스포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최태원 SK 회장이 대표적이다.
최 회장이 직접 방문했거나 국내외에서 면담한 국가는 180여개, 고위급 인사는 900명이 넘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구광모 LG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도 틈나는 대로 해외에서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였다.
지난 9월부터는 프랑스 파리에 ‘한국 본부’가 차려져 정부와 민간 인사들이 수시로 모여 각자 유치 교섭 활동 경과와 확보한 정보를 공유했다.
사우디 역시 자국을 지지하는 국가의 파리 주재 대사가 비밀투표에서 ‘배달사고’를 낼까 우려해 본국에서 투표자를 파견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매우 민감하게 대응했다. 또 한국 측이 접촉한 국가·인사를 알아내 압박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투표 직전까지 한국 측에서는 "혼돈 판세로 결선에 가면 승산이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판세는 전혀 달랐다.
부산은 BIE 제173차 총회에서 진행된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29표를 얻는 데 그쳐 119표를 획득한 1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크게 뒤졌다. 이탈리아 로마는 17표였다.
결선 투표에 가기 위해서는 사우디가 지지표 3분의 2를 얻지 못하도록 저지해야 했지만,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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