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잡힐까"...당국 엄포에 대출 잠그는 은행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1.29 16:01

우리·신한은행, 다주택 생활안정 최대한도 2억원



당국, ‘가계부채 관리’ 주문...가계대출 미세조정



은행채 5년물 한달새 0.5%p↓...빚 잡기 ‘역부족’

은행

▲가계부채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은행권은 단계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일지 주목된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지난달 오름세를 보인 시장금리가 이달 들어 안정화됐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꾸준한 만큼 가계부채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이달 27일 시중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은행권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은행권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세부 방안을 손질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24일부터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목적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를 2억원 이하로 제한한다. 해당 한도는 세대원을 포함해 2주택 이상 보유 차주에 적용된다. 단, 전세자금반환 목적의 생활안정자금대출은 취급이 가능하다. 주거용 오피스텔을 포함해 주택담보대출 모기지신용보험(MCI) 대출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은 중단했다. 단 자금 목적이 ‘당행 대환’인 경우 대환대상 대출 잔액 범위 안에서는 MCI, MCG 가입이 가능하다. 집단 입주자금대출 및 채무인수도 취급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전세자금대출 취급 기준도 변경했다. 집단대출 승인사업지를 포함해 신규 분양 물건의 소유권 보전 또는 이전조건의 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등기사항전부증명서상 소유자와 임대인이 동일한 경우에만 취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선순위 근저당권 말소 또는 감액, 신탁등기 말소 조건부 취급도 제한했다. 해당 조치에는 전세권, 가압류 등 권리침해 말소 조건이 포함됐다.

신한은행도 다음달 1일부터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한도를 최대 2억원으로 제한한다. 연립, 빌라, 다세대 주택 대상 MCI와 주거용오피스텔 MCG도 중단한다. MCI와 MCG를 제한하면 소액임차보증금을 제외한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이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일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1일부터 주담대 변동금리와 혼합형 금리를 각각 0.2%포인트(p), 0.1%포인트 인상했다. 전세자금대출도 0.2%포인트 인상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방안들을 계속해서 가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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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가계부채 증가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은행권은 단계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잔액(1049조1000억원)도 역대 가장 많았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당국의 상생금융 기조에 따라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이러한 미세조정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담대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10월 말 4.7%에서 이달 말 현재 4.2%로 하락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지 않으면서도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서는 세부 항목을 단계적으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이러한 조치로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고 해도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신용대출 등 다른 방법으로 빚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도 가계대출 규모가 줄어들지 않았던 것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수요가 꾸준했기 때문"이라며 "은행들이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가동할 수 있는 방안들은 한계가 있고, 결국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이 꺾여야만 가계부채도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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