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 초대석]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내년 가계·기업부채, 부동산PF 유의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04 08:36

내년 위험요인 산재...'1875조원' 가계부채 경고등

가계부채 문제 지속시 우리 경제 성장잠재력 악화 우려



"美 등 가계부채 조정 국가들, 주택가격 하락 선행"

"가계부채 연착륙, 금융-주택정책 간 공조 필요"



"銀, 과도하게 플랫폼 의존시 금융안정성 위협"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흥행...카드사 수익악화 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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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이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내년 우리나라 경제를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내년 우리나라 경제에는 여러 위험 요인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특히 누증된 가계부채,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기업부채, 이연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유의해야 합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2023년 한해를 정리하고 내년 경제를 전망하며 리스크, 부실이라는 단어를 거듭 강조했다. 글로벌 교역 및 IT 경기 회복에 따라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나, 대내외 불확실성이 큰 만큼 각종 위험요인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정중호 소장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는 통화긴축 종료에 따라 금리와 환율이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나, 변동성 위험이 상존한다"며 "부동산 시장은 상승 여력이 큰 수도권으로 수요가 집중되겠지만, 주택 가격은 답보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산업은 완만한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불확실성과 고금리 장기화로 성장성이 둔화되면서 소폭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나 가계부채 문제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점은 내년 우리나라 경제를 전망하는데 있어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정 소장은 "가계부채는 소비 및 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 금융시스템 대응 여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책모기지의 공급 속도를 조절하고, 최근 가계부채가 증가한 부분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에 금리인하와 경기회복이 지연될 경우 부실이 표면화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며 "자영업자 대출, 비아파트나 지방 건설사업장의 부동산PF 비중이 높은 비은행업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과 일문일답.


◇ "가계부채 연착륙, 금융정책만으로 어려워...부동산 정책과 공조"


― 2023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금융 시장을 회고해 달라.

▲ 2023년 금융 산업에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같은 긴축의 후유증을 경험했고, 은행에 대한 사회적 책임 요구가 분출했던 한 해였다. SVB 사태는 급격한 금리 인상의 위험성을 상기시키고, ‘디지털 뱅크런’이라는 신종리스크를 촉발했다. 특히 특화은행의 벤치마킹 사례로 잘 알려졌던 SVB가 파산함으로써 관련 논의가 가라앉게 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 올해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금융사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

▲ 코로나19 이후 어려운 경제주체들의 환경과 대비돼 금융사들의 이익이 부각된 것 같다. 이로 인해 은행업 경쟁촉진,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의가 많았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다양한 상생금융안을 발표했고,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여러 추진과제가 제시됐다. 이 중 금융업 경쟁 촉진의 한 요소로 대환대출플랫폼, 예금중개플랫폼 등 다양한 비교 중개 플랫폼이 추진됐는데, 앞으로 금융회사의 채널 운영에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가계부채 문제의 경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중단 등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다.

▲ 연구소에서 발표한 ‘내년 금융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도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어느 수준인가.

― 국내 가계신용은 2021년을 정점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2분기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2분기 말 기준) 101.7%로 최근 가계대출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평균(73.4%)을 크게 상회한다. 가계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3월 기준 160.7%로 2022년보다 오히려 하락 추세다. 그러나 채무상환능력이 부족한 차주 비중이 늘고 있어 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 특히 소위 영끌로 대출을 받은 청년층에 대한 우려가 크다

▲ 가계부채가 잡히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부채 디레버리징과 자산가격 조정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 불균형의 누증은 금융시스템과 자산시장 간에 연계성을 강화시킨다. 이렇게 되면 자산가격 급락시 경제를 위축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늘어난 부분은 소비 및 투자 부진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약화, 금융시스템의 대응여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외 부동산 시장 위축, 경기회복세 지연 등 부정적인 여건이 더해지면 대출 부실, 금융시장 내 자금 이동 등 여러 경로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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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명목GDP 대비 신용비율.(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 수단을 가동해야 하는가.

― 우선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의 공급 속도를 조절하고, 장기 주택담보대출, 인터넷전문은행 대출 등 최근 (가계대출이) 증가한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수단을 점검하고, DSR 예외 대출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로 DSR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DSR 규제 정착, 분할상환 확대 등을 통해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취약차주 비중이 큰 비은행금융기관의 건전성과 유동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은행 대비 느슨한 규제도 정비해야 한다. 가령 유동성 리스크 관리 능력 제고, 선제적 대손충당금 확대, 자본 확충이 이뤄지도록 관련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 우리나라가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해외사례가 있나.

―미국, 영국, 스페인 등 가계부채가 조정된 국가들을 보면 가계부채 조정보다 금리 상승에 의한 주택가격 하락이 먼저 나타났다.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가계부채 연착륙은 금융정책만으로는 어렵고 주택정책과 공조가 필요하다.


◇ "은행, 플랫폼 통한 금융상품 판매 100% 정답 아냐...부작용 고려해야"


▲ 내년 금융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금융상품 중개 플랫폼 발달로 2024년을 제판분리(제조와 판매의 분리) 원년으로 봤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플랫폼이 발달하면 빅테크, 핀테크 기업으로의 종속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 제판분리가 큰 방향성이기는 하지만,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 확대는 (비대면 거래 증가 등) 소비자들의 행태가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가 반드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은행이 과도하게 플랫폼에 의존하거나 플랫폼 회사가 은행에 과도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면, 은행의 건전한 성장과 금융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 은행의 중개 플랫폼 참여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제조와 판매 간에 책임이 명확하게 설정돼야 한다. 여기에 수수료가 합리적으로 책정된다면, 은행들도 플랫폼 참여를 전향적으로 검토하지 않겠나. 제판분리가 심화된 먼 미래에는 플랫폼이 은행들의 상품 판매에서 가장 중요한 채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 판매 채널 결정은 은행이 전략적으로 선택할 부분이다. 자체 채널이 부족한 은행은 플랫폼 참여에 적극적인 반면, 자체 채널이 강한 은행은 굳이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판매할 유인이 없다. 은행은 (플랫폼 참여 여부와) 별개로 제판분리라는 방향에 대응해 고객 협상력을 강화하고,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통해 생활금융플랫폼 등 자체 채널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 금융의 제판분리가 이뤄져 보편화된 국가나 사례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 미국, 영국에서는 이미 투자형 상품에 대한 관심 증가와 판매자 전문성에 대한 요구가 맞물리면서 제판분리가 진행됐다. 미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독립채널(Independent Agent)이 성장하기 시작했고, 영국은 금융서비스법(Finance Service Act) 시행 이후 IFA(Independent Financial Advisor·독립투자자문업자)가 등장하면서 제판분리가 보편화됐다. 다만 해당 사례는 인터넷 발달 이전으로 플랫폼의 금융 중개와는 다르다.

▲ 향후 제판분리가 활성화되면 금융산업과 금융소비자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는가. 금융사들이 판매 채널인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개선에 소홀해지는 부작용은 없는가.

―플랫폼에서 금융상품이 판매된다고 해도, 금융사 앱은 단순히 ‘판매’만을 위해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고객들의 일상적인 금융거래가 일어나므로 은행 앱 고도화, 디지털 전환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금융사 앱은 고객의 다양한 금융니즈에 부응하고, 초개인화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 "하나카드 ‘트래블로그’ 흥행...카드사, 맞춤 상품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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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카드는 ‘트래블로그’ 서비스 가입자수가 출시 1년여 만에 2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8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앞줄 가운데)과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이사(앞줄 가장 오른쪽)가 트래블로그 담당 직원들과 함께 트래블로그 200만 가입을 축하하고 있다.


▲ 카드사, 보험사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카드업계는 조달비용 증가, 대손충당금 확대로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성장성 둔화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가동해야 할까.

―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세분화된 수요를 잘 포착한, 고객 맞춤형 상품을 늘려야 한다. 하나카드가 출시한 해외여행 특화 상품인 트래블로그가 흥행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특정 기업과 제휴에 기반을 둔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상품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 과거 카드업의 성장기에는 대중적 혜택을 앞세운 범용적 카드가 인기를 끌었지만, 가맹점수수료 하락으로 카드 혜택은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것만이 카드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 신상품 출시 외에 카드사들이 추가로 강구할 만한 성장 전략이 있다면.

― 해외 진출, 데이터 신사업 확대를 모색해야 한다. 이미 1인당 신용카드 보유량은 평균 4.4장에 달할 만큼 카드업계는 포화상태다.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신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산업은 데이터 판매 등으로 수익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통, 통신 등 이종산업과 데이터 제휴를 늘려 데이터 가치를 높여야 한다.

▲ 보험시장도 이미 성숙기에 이르렀다. 투자손익 부진, 경기 둔화에 따른 장기보험 성장률 둔화,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 악재가 많은 상황인데.

― 보험 산업은 국내 경제 상황 악화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마저 쉽지 않다. 이에 보험사들은 기존 보유계약의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2026년을 기점으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는 만큼 시장 수요가 많은 부분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앞으로 간병, 요양분야를 중심으로 보험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 보험사들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에 대한 건전성 문제도 우려된다.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의 해외부동산 익스포져(위험노출액)이 작년 말 기준 자산 대비 각각 2.7%, 4.3%로 타 업권 대비 높은 수준이다.

― 보험사의 해외부동산 투자는 기간별로 만기가 고르게 분포됐고, 3년 내 만기 비중이 낮은 점을 고려할 때 특정 시점에 손실이 집중될 가능성은 적다. 다만 국내 보험사들이 주로 투자한 북미 지역 내 오피스, 기타 상업용 부동산들의 공실률 증가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 중·후순위 비중이 68%로 높은 점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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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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