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바꾸고 부회장단 역할 변경···‘서든데스’ 위기 공감
SK이노베이션 등 주력사 전면에 ‘차세대 리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서든 데스’를 언급하며 구성원들에게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SK그룹이 7일 2024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한 데 대해 재계에서는 ‘성공적인 혁신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차세대 리더를 주력사 전면에 내세워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동시에 기존 경영진의 역할을 대폭 변경해 분위기 쇄신에도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에 놓인 가운데 내년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캐시카우’인 SK하이닉스가 업황 부진으로 적자를 내고 있는데다 통신·정유 등 본업은 각종 외부 변수와 정치리스크 등에 노출됐다.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이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쪽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사활을 걸어온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도 실패로 돌아갔다. 여기에 SK스퀘어가 11번가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행사를 포기하기로 하면서 자본시장에서도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를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 회장은 당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연말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예고했다.
SK그룹 인사의 가장 큰 포인트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바뀐 것이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 2인자’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게 되면서 SK그룹은 표면상 ‘사촌경영’ 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이밖에 △SK㈜ 사장에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SK이노베이션 사장에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SK실트론 사장에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 △SK에너지 사장 오종훈 SK에너지 P&M CIC 대표 △SK온 사장에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이 각각 선임됐다. 또 △SK㈜ 머티리얼즈 사장에는 김양택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 △SK엔무브 사장에 김원기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각각 보임됐다.
SK그룹 관계자는 "자연스럽게 이뤄진 큰 폭의 세대교체 인사는 각 사가 지정학적 위기와 국내외 경기침체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각 분야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장용호 SK(주) 사장,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이용욱 SK실트론 사장, 김양택 SK(주) 머티리얼즈 사장, 오종훈 SK에너지 사장 |
▲(왼쪽부터)이석희 SK온 사장, 김원기 SK엔무브 사장, 장호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 노상국 SK인천석유화학 사장, 류광민 SK넥실리스 사장 |
재계에서는 최창원 부회장에게 힘이 실렸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SK그룹이 워낙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각 계열사간 시너지를 이끌어낼 인물로 최 부회장이 가장 많이 거론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총수 일가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도 더욱 강력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SK그룹 역시 최 부회장의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선임에 배경을 대해 "(최 부회장이) 앞으로 각 사 이사회 중심 경영과 그룹 고유의 ‘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를 발전시킬 적임자라는 데 관계사 최고경영자(CEO)들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퇴진이 점쳐졌던 부회장급 CEO들이 계속 그룹 안에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이들이 그동안 쌓은 경험을 후배 경영인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과감한 세대교체를 감행했지만 조력자 역할을 할 인물들도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인사를 통해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SK㈜ 부회장, 장동현 부회장은 SK㈜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SK에코플랜트 각자 대표(부회장)를 맡게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회사 성장과 미래 새 먹거리 발굴 등 역할을 계속한다.
이번 인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도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최 신임 본부장은 지난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에 선임 매니저(대리급)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 과정을 밟고 복직해 지난 1월 전략투자팀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1년만에 다시 본부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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