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MOU 체결…합병 논의 속도
모회사 적자·합병비율 조정 등 난항 예상
콘텐츠 투자 확대·구독료 산정 등은 숙제
▲티빙(왼쪽)·웨이브 로고. |
◇ 합병까지 ‘산 넘어 산’
7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 4일 MOU를 체결하고 구체적인 합병안에 대한 논의를 개시했다. 수년 전부터 양사의 합병설이 불거졌지만, MOU 체결까지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 사의 합병은 OTT 시장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넷플릭스, 점차 점유율을 키워나가는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해, 국내 시장 2위로 급성장한 쿠팡플레이 등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생존전략인 셈이다.
다만 합병까지 갈 길은 멀다. 티빙과 웨이브의 영업손실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로, 지분 매입 비용 조달이 문제다. 지난해 티빙은 119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웨이브도 1216억원의 적자를 냈고, 내년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만기를 앞두고 있다.
복잡한 지분구조도 발목을 잡는다. 앞서 시즌을 흡수한 티빙은 지분 48.85%를 보유한 CJ ENM 외에도 네이버, SLL중앙, KT스튜디오지니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웨이브 역시 최대 주주는 SK스퀘어(40.5%)지만,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지분을 나눠 가졌다. 주요 주주 간 지분 비율도 고려해야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함 심사도 넘어야 한다.
◇ 그럼에도 뭉치면 산다
업계 안팎에선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으로 탄생한 플랫폼이 넷플릭스를 턱 밑에서 위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1월 기준 양사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티빙 494만명, 웨이브 399만명이다. 둘을 합하면 893만명으로, 1141만명의 넷플릭스에는 한참 못 미친다. 양사 중복 가입자를 제외하면 합병 플랫폼의 MAU는 더 낮아진다.
또 내년 9월 웨이브와 지상파 3사간 콘텐츠 공급 계약이 만료되면 오리지널 콘텐츠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OTT 가입자는 포화 상태인 데다, 1인당 매출(ARPU)을 늘리기 위한 구독료 인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토종 OTT 대비 70배 이상의 비용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양사 재무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에 맞선 공격적인 투자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합병 플랫폼이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자리 잡을진 아직 미지수다. 그럼에도 합병 이후가 지금보다 좋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일단 글로벌 OTT와 경쟁할 수 있는 규모를 이뤘고, 경영 측면에서도 합병 이후 콘텐츠 투자 비용 절감 등으로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콘텐츠 플랫폼 비즈니스 특성상 규모화가 대단히 중요하다"며 "합병 성사 시 콘텐츠 수급 및 제작 투자 등에 있어 효율성 및 협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서 필요한 K-콘텐츠가 집중된 대표성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sojin@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