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꽉 막힌 전황에 마른 서방 돈줄…결국 푸틴이 웃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08 09:00
UKRAINE-CRISIS/BIDEN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에 대한 서방 태도가 ‘시들’해지면서 국면이 러시아가 원하던 형태를 구성하는데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다.

만일 이 형태로 전쟁이 멈출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대서양조약 기구(NATO·나토) 가입을 저지하고, 돈바스 지역을 확보하겠다는 애초 목표를 달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맞서 항전을 이끌어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서는 개전 2년 문턱에서 최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화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오직 동맹에 의존하기만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서방 지원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앞서 이달 1일 AP 통신 인터뷰에서도 올 6월 개시한 대반격 작전과 관련해 "우리는 더 신속한 결과를 원했고, 그 관점에서는 아쉽게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례적으로 저성과를 인정했다.

그는 다만 이날 연설에서 "자국 안보를 확보한 후에는 이웃 국가 모두를 위한 안보 공여국이 되기를 열망하고 있다"며 움츠러들지 않겠다는 여론전을 폈다.

이는 지난 2년간 줄곧 확신에 차 승전을 자신하며 서방 동맹에 무기 신속 제공을 촉구하던 것과 사뭇 온도차가 있는 반응이다.

이런 태도 변화는 결국 우크라이나군 ‘대공세’가 수개월째 교착된 전황을 형성한 탓이 크다. 이로 인해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지원 명분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최대 우방’인 미국에서는 아직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우크라이나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국 상원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위한 1105억 달러(약 145조원) 규모 지원안을 절차 표결에 올렸지만, 공화당 반대로 부결됐다.

아울러 상원에서는 우크라이나 상황 기밀 브리핑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화상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막판 불발됐다. 이 역시 공화당 상원 의원들이 퇴장하면서 발생한 파행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예산 처리 불발의 의미와 관련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뜻이며, 블라디미르 푸틴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이 가장 바라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미 의회에서 지원이 연기된다면 해방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 전쟁에서 패배할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공화당이 현재 의회 다수당일 뿐 아니라,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을 상회하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자 나토에도 속한 불가리아와 헝가리 2개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유럽 기류도 심상치 않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IfW Kiel)에 따르면 올해 8∼10월 새로 약속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재정·인도·군사적 지원규모는 21억 1000만유로(약 3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했다.

이 기간 기존 42개 지원국 중 20개국만이 새로운 지원패키지를 약속했다.

이렇게 서방 군사지원과 자금줄마저 가로막히면 젤렌스키 대통령 국내 지지는 더욱 위태로워 가능성이 크다.

크리스토프 트레베슈 킬세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유럽연합(EU)의 500억 유로(약 71조원) 지원 패키지가 더 지연되면 푸틴 대통령 입지는 뚜렷이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에 대한 EU 회원국 지원 규모는 미국을 넘어섰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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