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전문가' 박병무, '민폐주' 엔씨소프트 오명 씻어낼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12 15:41

3년간 주가 75%↓...신작 부진에 실적 개선 요원



김택진-박병무 공동 대표체제로 ‘경영 쇄신’ 본격화



구조조정 가능성 주목...구조 개선 한계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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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무 엔씨소프트 신임 공동대표


[에너지경제신문 성우창 기자] 오랜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에 시름하는 엔씨소프트가 박병무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오랜 기간 다수의 경영쇄신·인수합병 성공을 이끌며 M&A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박 대표가 엔씨소프트를 수렁에서 구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3년간 주가 4분의 1토막...신작 부진에 실적 개선 요원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엔씨소프트 주가는 전일 대비 1만1000원(4.56%) 내린 2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게임업종 대장주이자 국민주로 불렸지만 지난 2021년 2월 8일 최고가(종가 기준 103만8000원)를 기록한 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올해 9월경에는 20만원대 초반까지 급락했다. 불과 3년 남짓한 기간 주가가 4분의 1토막이 나자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민폐주’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왔다.

엔씨소프트의 부진은 게임 내 과도한 비즈니스 모델(BM)로 게이머들이 외면하기 시작한 결과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올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2%, 52%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씨소프트는 변화를 외치며 최근 야심작 ‘쓰론 앤 리버티’를 출시했으나, 혹평과 함께 초반 흥행이 크게 부진해 실적에 기여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김택진-박병무 공동 대표체제로 ‘경영 쇄신’ 노려


이에 창업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경영 쇄신을 위한 ‘비장의 한 수’를 꺼냈다. 35년 가까이 이어진 단독 대표 체제를 깨고 박병무 신임 대표를 공동대표로 선임한 것이다.

김 대표와 같은 대일고·서울대 출신이자 선배인 박 대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활동 후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구 로커스홀딩스), TPG아시아(구 뉴브리지캐피탈), 하나로텔레콤, VIG파트너스 등의 대표를 맡았다. 엔씨소프트와는 지난 2007년 사외이사로 참여해 인연을 맺었으며, 2013년부터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전환해 경영자문 역할을 맡아왔다.

박 대표는 김앤장 시절에도 M&A팀장을 맡았으며, 각종 회사의 대표로 선임되면서 수많은 재무구조 개선 및 M&A 성공사례를 남긴 ‘해결사’로 통한다. 가장 대표적인 업적으로는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의 SK텔레콤 인수를 성사시킨 일이 꼽힌다.

당시 뉴브리지캐피탈코리아 대표로 재직하던 박 대표는 지난 2006년 5억달러(약 5500만원)에 하나로텔레콤을 인수, 직접 대표이사직에 올라 조직 개편 및 하나TV 상용서비스 개시 등 사업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재정난을 겪던 하나로텔레콤은 약 1년이 지난 2007년 매출 1조8683억원, 영업이익 809억원 흑자를 내며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이후 SK텔레콤은 뉴브리지캐피탈이 보유하던 하나로텔레콤의 지분 39%를 1조87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 뉴브리지캐피탈은 3년 새 100%가 넘는 이익을 거뒀다.


◇ 구조조정 가능성 주목...구조 개선 한계 우려도


박 대표가 엔씨소프트 부활을 위한 ‘첫수’로 선택할 방식은 구조조정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IT 기업인 엔씨소프트는 인건비 비중이 높고,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더욱 높아진 개발인력 인건비가 부담을 키우고 있어서다. 현재 ‘변화경영위원회’를 운영 중인 엔씨소프트는 구조조정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대표는 이미 하나텔레콤 시절 노조 반발을 물리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성공시킨 전적이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과거의 명성을 훼손당한 데는 작품성을 지나치게 등한시하고 수익성만을 쫓은 게임 위주의 운영, 김 대표 일가의 가족경영체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며 "게임 이해도가 적고 김 대표와도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박 대표가 어디까지 쇄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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