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퇴진 결단 요구 묵살하는 이재명…민주당 지도부·중진 거취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14 15:45

이재명 "최대한 단합과 단결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중요"



원칙과 상식 "결단해야 할 지도부는 '묵묵부답'…비대위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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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비주류 모임 ‘원칙과 상식’ 의원들이 민주당 혁신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민, 조응천, 윤영찬, 이원욱 의원.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비주류의 퇴진 등 혁신 결단 요구에도 당의 단합과 단결의 필요성을 강조할 뿐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사실상 외면 또는 묵살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권 국민의힘의 당 대표 사퇴 및 윤석열 대통령 핵심 측근 등의 불출마 선언 등이 이어지자 혁신 경쟁에서 여야가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당 비주류를 중심으로 당내 지도부 퇴진 결단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면서 지도부 퇴진 압박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14일 당 쇄신과 관련해 "변화하되 최대한 단합과 단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 불출마가 민주당에 미칠 영향, 당내 비주류의 연내 대표직 사퇴 요청,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 추진 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초선 의원들의 잇따른 불출마와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지만 이 전 대표나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의 만남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 당은 내년 총선에서 단합과 혁신을 통해 반드시 이겨야 한다"며 단결을 강조했다.

이 대표의 연이은 ‘단합·단결’을 강조하는 발언은 사실상 혁신 결단 요구에 대한 묵살을 하고 있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제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까지 대표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그 파장이 민주당에도 미치는 모양새다. 혁신계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당 혁신을 위한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설립을 촉구하며 이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14일 민주당 내 혁신계인 ‘원칙과 상식’ 모임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지도부로는 진정한 통합을 이뤄내기 어렵다"며 "당대표의 선당후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철옹성 같았던 여당의 기득권 세력도 총선 승리라는 명분 앞에서는 더 버티지 못하고 결단을 내리고 있다"며 김기현 대표 퇴진과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를 거론했다.

이어 "당 초선의원들이 기득권 정치에 막혀 안타까운 불출마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작 결단해야 할 우리 당 지도부는 ‘우리는 다르다’며 묵묵부답"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당대표부터 지도부, 586 중진들이 각자 기득권을 내려 놓는 선당후사를 결단해야 한다"며 "당대표만이 이 물길을 열 수 있다. 당대표가 선당후사하는 통합 비대위로 가야 한다. 그래야 민주당이 방탄 정당, 팬덤 정당, 패권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난다"며 대표직 사퇴와 비대위 전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외에도 ‘연동형 비례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들은 "당의 이익보다 국민 신뢰가 먼저"라며 "이 대표는 선거법과 관련해 수없이 약속했고 민주주의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니라고 한다면 얼마나 무책임하고 부정직한 일인가"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법리스크와 관련해서도 "당대표의 무죄를 믿고 싶지만 많은 국민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것이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직면한 리더십 리스크의 본질"이라며 "엄중한 시기에 당대표가 주3회 재판 받고, 재판 결과에 따라 유죄 판결이 선고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국민과 당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오랫동안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해 리더십 위기를 겪어 왔다. 권리당원 표 비중 확대, 사실상 친이재명(친명)계 일색 최고위원회 구성을 비롯해 중진들도 여당인 국민의힘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44명이고 국민의힘은 31명이다.

여기에 박지원 전 국정원장,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 총선 출마에 시동을 걸면서 민주당의 불편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밖에 5선 출신의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수도권에서 출마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중진이었던 ‘올드보이’들이 내년 총선 출마를 시사하자 현역 의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중진 용퇴·혁신개혁 등 인적 쇄신 흐름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그의 강경 지지층인 개혁의딸 및 친명계 중심으로 당을 이끌면서 비주류 측으로부터 2선 후퇴를 요구 받아왔으나 그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전날 인재영입 출신 이탄희·홍성국 두 초선 의원이 현실정치에 대한 회의에 잇따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를 발표하면서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지도부의 거취가 흔들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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