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은행.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한국은행은 국내 물가 오름세가 둔화 속도가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누적된 비용압력 등 때문이다.
또 미국과 유럽의 기준금리가 내년 2분기부터 인하될 것이라는 시장 기대에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당시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면서 의결문에서 언급한 내용과 동일하다. 특히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8월 이후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10월 중 3.8%까지 높아졌다가, 11월 중 3.3%를 기록했다며 "물가 오름세 둔화가 지연되는 현상은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소멸한 가운데 높은 원자재 대외의존도로 2차 파급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데 주로 기인하고 있다"고 했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일반인(3.4%)과 전문가(3.0%)에서 모두 3분기보다 다소 높아진 것도 물가 상승률 둔화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은 "앞으로 국내 물가 오름세는 둔화 흐름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되나, 목표 수준(2%)으로 수렴되는 시기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적된 비용상승 요인에 따른 2차 파급효과, 국제유가·환율 변동, 공공요금 등과 관련한 정부 정책, 연말·연초 가격조정 집중 가능성 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들었다.
더 긴 시계에서는 글로벌 무역체제 분절화, 기후 변화, 친환경 체제 전환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구조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주요국 통화정책 긴축 기조 장기화’도 국내 통화정책과 금융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언급됐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기조에 대한 중앙은행과 시장 간 이견이 반복되는 가운데 최근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 변화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긴축 기조 장기화를 시사했으나, 시장 참가자들은 내년 2분기 중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ECB(유럽중앙은행)와 영국중앙은행도 높은 정책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은 2분기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한은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은 대체로 종료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이나, 높은 수준의 금리가 시장 기대보다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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