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의, 주주에 의한, 주주를 위한'…미원상사, 계속되는 주주환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14 15:34

무증·매입·처분·소각·배당까지 모두 진행해
46년전부터 우리사주조합 운영하며 주가관리
발행주식 '31%' 대부분 소각…"이런 종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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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원그룹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최근 행동주의 펀드와 주주환원 등이 금융투자업계의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미원상사의 주주환원 정책이 호평을 받고 있다. 미원상사가 속한 미원그룹은 국내 증시에서 본격적으로 주주환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우리사주조합 중심의 활발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며 주목을 받는 곳이다.

◇미원상사, 자사주 우리사주조합에 처분·출연…소각·배당도 함께

미원상사는 지난 13일 총 5개의 주주환원 관련 공시를 냈다. 먼저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을 우리사주에 매각한다는 공시다. 총 7995주를 주당 16만원의 가격에 우리사주조합에 매각한다. 처분금액은 12억7920만원이다.

이날 미원상사의 종가는 16만9300원이다. 주가에 못미치는 가격에 우리사주조합으로 주식을 넘기는 것이다.

추가로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으로 주식을 출연한다는 공시가 이어졌다. 1만6200주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으로 이체한다. 미원상사가 해당 주식출연으로 부담해야하는 금액은 주당 16만9000원이다.

공시가 여기서 그친다면 미원상사의 임직원만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공시가 있다.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사주의 소각이다.

미원상사는 10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소각예정금액은 168억8480만원에 달한다. 해당 금액만큼 다른 주주들의 보유지분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이어진 공시는 다시 자사주를 취득한다는 내용이다. 미원상사는 주식가격의 안정을 위해 내년 3월까지 총 2만5000주의 주식을 42억2500만원을 들여 장내 취득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모두 일반 주주들에게 유리한 내용이다.

마지막은 배당을 위한 권리주주 확정일자를 알리는 공시다. 미원상사는 분기배당을 실시하는 몇 안되는 상장사다. 올해 결산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오는 31일까지 미원상사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

◇우리사주조합 중심으로 주주환원 정책…"우리 주주는 배당받는 주주"

미원상사의 이같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은 미원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시행하는 정책이다. 미원그룹은 미원상사 외에 미원홀딩스와 미원스페셜티케미칼, 미원화학, 동남합성, 잉크테크 등 총 6곳의 상장사와 16곳의 비상장 계열사로 이뤄졌다.

미원그룹이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이유는 임직원과 연대를 위한 고민의 결과다.

미원그룹은 지난 1977년부터 故 김진박 창업주의 뜻에 따라 전체 종업원이 참여하는 우리사주조합을 결성해 운영 중이다. 정부가 우리사주제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1984년보다 7년이나 앞섰다.

심지어 회사가 상장한 것이 1989년이다. 10년이 넘도록 비상장 상태에서 우리사주조합을 운영하며 회사의 결실을 직원과 나눠왔다.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미원그룹은 우리사주의 자율적인 매매를 금지한 회사다. 인출은 퇴직 이후 가능하다. 지난 2003년 이에 불만이 높아진 직원이 회사 측에 우리사주의 매매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한 바도 있다.

하지만 당시 창업주 2세인 김정돈 전 회장은 "우리 주주는 매매차익이 목적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유하면서 배당을 받기 위한 분들"이라며 "우리사주조합 예탁 주식의 매매를 허용하는 것은 고려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답했다.

◇발행주식 10주 중 3주는 소각…증권가 ‘호평’

원칙을 지킨 덕분에 미원그룹의 계열사들은 탄탄한 우리사주조합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미원상사는 이번과 같은 자사주의 매입과 처분, 출연 등을 수십차례 해왔다. 소각으로 줄어드는 주식수를 채우기 위한 무상증자도 실시했지만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 결과 미원상사가 지금까지 발행한 주식의 총수는 지난 3분기 기준 706만9853주인데 유통 주식수는 474만5000주밖에 되지 않는다. 발행한 주식의 31.4%에 달하는 221만9853주는 대부분(회사 분할에 의한 주식병합 제외)은 주가부양을 위해 소각한 물량이다. 지난 10년 동안 주식을 소각한다는 공시만 19차례 냈다. 그만큼 주주들의 보유지분 가치는 높아진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원상사 등 미원그룹 계열사들은 주주환원과 우리사주조합 운영 측면에서 가장 선진적인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라며 "최근 주주환원 정책이 부족해 주주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상장사가 많지만, 국내 증시에는 이런 종목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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