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연합뉴스 |
현재 이 전 대표 신당에 가장 가까운 사례는 안철수 의원이 지난 2016년 창당한 국민의당이 꼽힌다. 두 경우는 대권주자인 전·현직 대표 간 갈등, 수도권 기반 제1야당과 호남·중도 기반 제3신당 간 경쟁 구도라는 관측에서 뚜렷한 접점을 지닌다.
다만 당시 안 의원과 현재 이 전 대표의 경우는 동료 의원과 자본, 지지율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차이가 선명하다.
국민의당은 총선 전부터 참여 의원 20명이상을 확보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 정당으로서 정치적·물질적 기반 확보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안랩 창업주인 안 의원 개인의 자본도 국민의당의 강력한 동력으로 꼽혔다.
그러나 현재 이 전 대표에는 안 의원과 같은 개인 자본을 기대하기 힘들 뿐더러, 친명에서 비명까지 아우르는 ‘비토 심리’도 만만찮다.
초선인 강득구·강준현·이소영 의원이 주도한 ‘이 전 대표 신당 추진 중단 호소문’ 서명은 18일까지 닷새째 연명을 받고 총 의원 117명의 이름을 얻어냈다.
이에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은 입장문을 내고 "의원들이 하나가 돼 한 사람의 목소리를 짓누르기에 여념 없는 모습은 착잡하다"고 지적하기는 했지만, 동시에 "이낙연 신당을 막는 가장 확실한 길은 연 서명 압박이 아니고 통합 비대위로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친명계 중심 서명 운동을 비판하면서도 우선 목표를 이 전 대표 신당이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 개편으로 둔 것이다.
다른 비명계 중진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분열의 상징이 될 신당 추진을 비판하지만, 분열의 과정을 손 놓고 지켜만 보는 지도부의 수수방관 태도도 동의할 수 없다"며 양비론을 폈다.
창당 전 지지율 역시 총리 출신이자 명실상부한 대권 주자인 이 전 대표 위상에 비해 다소 부진한 양상이다.
지난 14∼15일 실시된 리얼미터 ‘신당 창당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신당 창당 시 정당 투표 의향에서 이 전 대표 신당은 6.9%를 얻었다. 이는 민주당(40.1%)과 국민의힘(31.1%)에 크게 뒤떨어질 뿐더러,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신당(7.9%)에 비해서도 두각을 보이지 못한 결과다.
다만 이재명 현 대표도 내년 총선을 지렛대로 차기 대선 레이스를 바라봐야 하는 입장인 만큼, 양측 모두 쉽사리 ‘분당의 패’를 확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0대 총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민의힘과 갈라졌던 민주당은 정당 투표에서 25.5%를 득표했다.
이는 보수 여당이었던 새누리당(33.5%)뿐 아니라 안 의원의 국민의당(26.7%)에도 뒤진 수치였다. 지역구가 아닌 전국구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변수 없이 3자 구도로 대선을 치렀다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던 셈이다.
결국 정국은 제3 신당이라는 ‘뱀의 머리’와 비명계 중심이라는 ‘용의 꼬리’ 가치를 놓고 두 전·현직 대표가 어떤 시각을 도출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대표도 아직까지는 ‘통합’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용산 CGV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에 참석, 원로인 김부겸 전 총리와 만나 "백지장도 맞들어야 하는 상황이라 모두가 함께 힘을 합칠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 역시 이 대표에 "당을 위해서 더 큰 폭의 행보를 해달라"고 당부한 뒤 ‘이 전 대표도 포용해야 한다는 취지냐’라는 질문에 "당연히 그렇게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다만 김 전 총리는 이 전 대표 신당, 문재인 정부 삼총리 연대 가능성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고, 이 대표도 김 전 총리가 당부한 ‘더 큰 행보’ 등에 대한 물음에 말을 아꼈다.
당내 비토에 직면한 이 전 대표 또한 아직은 ‘민주당 본류’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KBS ‘사사건건’에 나와 "지금이라도 획기적으로 변화하면 민주당과 대화하고 여러 가지를 함께 논의할 용의가 있다"며 갈등 봉합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도 창당 시기와 관련 "새해 초에 국민께 보고 드리겠다고 했다. 그건 민주당에 연말까지 시간을 준다는 뜻"이라며 "획기적 변화가 아니라 미봉한다든가, 대리인을 내세워 사실상 현 체제를 유지하려 하면 별반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조사는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2명 대상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방식은 임의 전화걸기(RDD)로 무선(97%)·유선(3%) 표본을 추출한 자동응답(ARS)으로, 응답률은 2.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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