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화·신사업' 방점...금융지주, 새해 '조직다이어트' 대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2.20 08:39

"내년도 예측 어렵다"...4대금융, CEO 인선 최소화



신한금융, '임기 만료' 자회사 CEO 9명 전원 연임



조직재정비 마무리 수순, 의사결정 속도 제고

금융지주

▲신한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 가 조직 슬림화, 신사업 강화에 방점을 둔 내년 주요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와 조직개편을 마무리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처럼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9명을 전부 연임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이달 말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인데, 최근 실시한 자회사 CEO 인사에서 안정 속 변화에 중점을 둔만큼 조직 역시 대대적인 개편보다는 비은행, 비금융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 신한금융, 자회사 CEO 9명 연임...‘중장기 혁신’ 메시지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전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새해 조직개편과 자회사 CEO 인사를 완료했다. 이 회사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자회사의 위기 대응력을 높이고, 기초체력과 현장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회사 사장단에 대한 인선을 최소화했다. 이에 따라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사장은 2년의 임기를 추가로 부여받았으며, 정운진 신한캐피탈 사장과 박우혁 제주은행장,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사장은 임기가 1년 연장됐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성과와 역량을 검증받은 자회사 CEO를 재신임해 CEO가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과감한 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동시에 신한금융지주는 개별기능 단위로 세분화된 조직체계를 유사 영역별로 통합, 슬림화하는 내용의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기존 신한금융의 11개 부문은 그룹전략부문, 그룹재무부문, 그룹운영부문, 그룹소비자보호부문 등 4개 부문으로 통합하고, 부문 내에는 파트 조직을 새로 꾸린다. 지주회사 경영진은 기존 10명에서 6명으로 축소하고, 부문장과 파트장에는 직위와 관계없이 영역별로 뛰어난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을 배치하기로 했다.


◇ 내년 경영 불확실성 계속...'빠르고 혁신적인 조직'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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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조직개편을 실시한 우리금융지주도 사업 추진의 속도감을 높이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는데 중점을 뒀다. 조직을 대대적으로 바꾸기보다는 일부 부서만 새롭게 정비하는 ‘핀셋형 개편’을 단행한 것이 특징이다. 그룹의 M&A를 담당하는 사업포트폴리오부를 전략부문 산하로 재배치하고, 시너지사업부를 성장지원부문 산하로 옮긴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내년에는 증권, 보험사 인수합병(M&A)을 통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디지털 혁신,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 KB금융은 최근 자회사 CEO 인사를 모두 마무리했으며, 이달 말께 조직개편을 실시한다. 두 회사 모두 자회사 CEO 교체 폭을 최소화한 점을 고려할 때 조직개편 키워드는 조직안정과 사업 추진 속도 제고, 신사업 발굴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은 CEO 임기가 만료되는 관계사 10곳 가운데 하나생명, 하나손해보험, 하나대체투자운용 등 비은행 계열사의 수장을 교체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 후보에는 정해성 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부사장을 내정했고, 하나손해보험 사장에는 배성완 전 삼성화재 부사장을 발탁했다. 두 곳 모두 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CEO로 내정한 점이 눈에 띈다.

하나생명 신임 대표이사에는 남궁원 하나은행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을 내정하며 비은행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나금융은 내년에도 경영 환경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기업금융, 외국환, 자산관리 등 그룹이 보유한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금융기관과 협업을 통해 글로벌 위상을 높일 방침이다. 비은행뿐만 아니라 비금융,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신기술 영역에서 그룹의 미래 신사업을 개척하고, 금융 본업 강화 차원에서 디지털 역량도 제고한다.

KB금융은 9년 만에 새 CEO인 양종희 회장이 선임된 이후 이뤄지는 첫 조직개편으로, 그 폭과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지난주 열린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는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8개 계열사 가운데 6개 계열사인 KB증권(WM) 부문, KB손해보험, KB자산운용,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KB저축은행의 CEO를 교체하고, KB증권(IB부문), KB국민카드, KB인베스트먼트의 대표이사를 유임했다. 이는 양 회장 체제에서 일부 계열사를 대상으로 ‘안정 속 쇄신’을 단행한 것으로 해석됐다.

나아가 새해 조직개편은 내부 구성원들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금융사고 예방 및 내부통제 강화에 방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은 현재 내부통제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해 문제 요소를 사전에 점검, 개선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사기거래, 보이스피싱으로부터 고객 자산을 보호하고, 내부통제에 대한 전 임직원들의 경각심을 높여 궁극적으로 고객들의 신뢰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 강화,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모든 금융지주사들이 항상 고려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다만 연말 조직개편에서 금융지주사들의 현재 고민이 어떻게 반영되고 가시화될지는 발표 전까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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