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 게임법 적용 움직임…성장저해·투자감소 우려
글로벌 블록체인 규제 완화 분위기…"국내 기업들만 울상"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을 지속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네이버제트 ‘제페토’(위)와 SK텔레콤 ‘이프랜드’ 이미지. |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새 캐시카우 확보를 위해 메타버스·블록체인 등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게임업계의 표정이 어둡다. 급격히 커지고 있는 관련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보단 육성으로 돌아서고 있는 글로벌 기조에 맞춰 국내서도 기업들의 신사업 성장을 위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메타버스 규제를 게임위가?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가 메타버스에 게임이 얹어지면 등급분류를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히자, 국내 메타버스협회 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조만간 문화체육관광부도 게임 요소가 포함된 메타버스 플랫폼을 게임법으로 규제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에는 커뮤니티, 엔터테인먼트 등 이용자 참여와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게임적 요소가 다수 포함돼 있지만 의료, 쇼핑, 교육 등 다양한 목적으로 서비스된다. 이 때문에 메타버스를 게임물로 판단하는 기준을 일부 콘텐츠가 아니라 해당 서비스의 ‘주된 목적’을 중심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메타버스가 게임산업법에 따른 규제를 받게 된다면 메타버스 내 각종 영리활동에도 제약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해외 진출과 투자 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규제가 강화되고 이에 맞춘 새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기업에게는 그만큼의 비용 투자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 강화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도입해야 했던 것이 유사한 경우다. 신사업에 대한 규제는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산업 성장 저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진단이다.
메타버스산업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해외 주요 국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게임위의 게임산업법 적용으로 인한 규제는 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성을 중시하는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국내 메타버스 산업의 후퇴를 불러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 ‘크립토윈터’ 끝나나 했더니
블록체인 시장 분위기도 비슷하다. 넥슨, 넷마블, 위메이드, 컴투스그룹 등 국내 다수의 게임사들이 이미 블록체인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된 게임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이미 글로벌에서 입증됐고, 향후 웹3 환경에서 킬러 콘텐츠로서 게임의 역할이 커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강력한 규제를 적용했던 분위기가 글로벌 전반적으로 완화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은 약 65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일본은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가장 강력한 규제로 주목을 받았던 인도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전면 금지’가 아닌 ‘포괄적 시장 규제안 적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미국과 중국의 분위기도 완화에 무게가 쏠린다.
반면 국내는 아직 ‘규제’에 방점이 찍혀있다.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의 발행·유통 그리고 가상자산사업자의 영업행위와 시장규제를 추가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해외 시장에서 역대급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도 국내에선 규제로 인해 아직 서비스가 불가하다.
이용자 및 투자자 보호, 신뢰성·안정성 확보 등을 위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되 성장을 위한 지원책도 함께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분위기에 역행한 규제만 지속된다면 국내 산업의 위축 뿐 아니라 기업들의 해외 진출까지 가로막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sojin@ekn.kr